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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아이들 ④ - 전쟁 속에서도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6-27 조회수 7638

전쟁 속에서도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올해는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4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집을 잃었던 역사.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 속 아이들] 기획을 통해 6∙25 전쟁의 아픔을 기리며 전쟁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혹한지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으로, 전쟁이 남긴 상처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려 합니다.


“목숨을 건지고 싶지 않소, 살고 싶지.(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1840년대 인신매매되어 12년 동안 노예로 살아야 했던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그린 영화 <노예 12년>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는 비단 그 당시 노예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쟁에서 살아 남은 아이들 역시 그러합니다. 그저 살아남은 전쟁의 피해자로 남기보다는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합니다. 그렇기에 분쟁을 피해온 아이들은 식량보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아동친화공간 등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인신매매와 징병, 성폭력 등 여러 위험 요소들이 자리한 분쟁영향지역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이 우리가 가장 보호받는 길이에요.”
(18세 콩고민주공화국 여자 아이)
지난 5월 세이브더칠드런 영국은 2013년 9월 한 달 동안 분쟁을 겪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북 키부 지역과 에티오피아돌로아도 난민촌에서 아이들과 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현장 활동가 등과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아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다(Hear it from Children)>이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중 돌로아도 난민촌에는 소말리아에서 전쟁을 피해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한 아동보호 활동가는 교육이 아동보호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교육은 곧 아동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해요. 아이들이 공부하러 오면 우리는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누가 학대를 받는지, 누가 피난 생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누가 가족과 떨어졌는지, 실종된 아이는 없는지 파악할 수 있죠.”
또한 조사 과정에서 만난 여자 아이들 중 90%는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으로 성폭력을 꼽으면서 예외 없이 “학교를 다녀야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을이나 난민촌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성폭력을 당해요. 무장한 군인들이 와서 강간하거나 아내로 삼을 거라며 데려가죠. 하지만 학교에 있으면 안전한 것 같아요. 그들이 학교로 오지는 않으니까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보호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킬 방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난민촌에는 아동병 징집이나 인신매매, 아동 노동, 성폭력 등 전쟁의 그림자가 따라 붙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자치활동에서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기도 하고, 선생님을 통해 가족 찾기나 생계 지원 등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어떤 것이 위험한 지 알아요. 그래서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다른 길로 피해가죠. 예전이라면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상황으로 걸어 들어갔을 거예요.”

때때로 학교는 전쟁 속에서 작은 휴전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전쟁을 치르는 이들도 아이들과 교육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학교 역시 그러했습니다. 2012년 11월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학교가 무장 군인에게 점령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마을 원로가 군인과 담판을 지어 학교를 되찾았는데요. 이곳 교장 선생님과 현장 활동가가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군인들이 밤 사이 학교를 점령했습니다. 학기 중이었죠. 한 달 동안 학교를 활동기지로 삼는 바람에 수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밤에 학교에 왔다는 것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마을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원로가 군인들을 찾아가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죠. 결국 군인들이 학교를 떠났어요. 어쨌든 군인들도 마을 원로와 교육의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학교에는 공격이나 점령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교장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교육이 전쟁 가운데에서도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군인들을 만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아이들은 당신들의 아이이기도 하다’고 설득합니다. 높은 군인 중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사람을 찾아 만나기도 하고요. 이렇게 한 덕분인지 그 이후로 일년 가까이 단 한 차례의 공격도 없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공격: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사진/ 2009년 총격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알카스티나 남학교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일이 모든 분쟁 지역에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학교가 ‘대체로’ 안전한 곳이긴 하지만 학교가 격전지에 있거나 전투가 격렬해지면 학교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여자 아이들의 교육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이 말라라 유사프자이를 공격한 것처럼 때로는 무장 세력이 자신들의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학교나 학생, 교직원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학교 한 곳이 공격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 건물이 무너진다거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학교에 다니던 수 백 명의 아이들이 더 이상 배울 수 없다는 것이고 교육 체계가 무너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해 7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간한 보고서 <교육에 대한 공격(Attacks on Education)>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등 분쟁영향국가 17개 국에서 학교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공격이 기록된 것만 3643회입니다. 학교를 활동 기지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 역시 90건입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전 세계 초등학교 연령 아동 5700만 명 중 50%가 분쟁영향지역에 살고 있다는 점은 전쟁이 아이들의 교육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합니다.

3년 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는 전쟁이 어떻게 아이들의 배울 기회를 앗아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곳에서는 전체 학교 중 22%에 해당하는 학교 2만 2000곳이 학교로서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에서는 초등학교 취학률이 90%를 넘었고 중등교육도 일반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50만 명이 넘는 학령기 아이들과 청소년이 교육을 받지 못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배움, 전쟁 너머로 미래를 열어주는 문


사진/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북 키부 지역의 루시베어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교사. 이곳의 많은 아이들은 분쟁을 피해온 아이들입니다. 분쟁 지역 아이들은 식량과
거처, 보건 등보다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쟁은 이렇게 아이들에게서 교육을 빼앗아 가지만 가장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전쟁 속에 있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다> 발간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것 역시 교육이었습니다. 아이들뿐 아닙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소말리아 두 나라의 아이들과 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지도자 등 500여 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식량과 거처, 보건, 식수, 식량, 심리치료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응답자(30%)들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식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은 그 이유로 ‘먹을 게 충분해야 학교에 갈 수 있다’라고 답해 실제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숫자로 드러난 결과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조차 전쟁인 이들은 왜 이토록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할까요?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한 아이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교육이 없이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어요.”

부모들 역시 말합니다. 가진 것의 대부분을 잃은 그들에게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을 마지막 자산이면서 미래를 일굴 단초라고.
“원래 인생에 보장된 것은 없다지만 이곳은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요.”

그러나 교육은 미래를 위한 도구로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돌로아도 난민촌에서 만난 한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전쟁의 위협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난민촌에서 교육이 주는 보호와 평화는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총을 들거나 무장 세력에 가입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만난 16살 남자 아이의 이야기 역시 교육이 어떻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지 잘 보여줍니다.
“학교에서 우리 모두에게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생명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생명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소중한 것이어서 우리는 서로를 지켜야 해요. 죽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지요.”


사진/ 콩고민주공화국 북 키부 지역 청소년들이 방과 후 체육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가져다 주는 보호와 평화는 전쟁을 호되게 치러야 했던 아동병이나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도 다시 일상을 안겨줍니다. ‘여전히 군인처럼 굴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던 아이는 학교에서 삶의 리듬과 원래의 자신을 되찾았다고 말합니다. 내전 중에 성폭력을 당했던 살로메(가명,12)는 아동친화공간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배운 뒤 과거를 과거로 떠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분쟁을 따라 편을 가르던 아이들은 이제 한 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함께 뛰어 놉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아이다울 수 있도록 하는 힘. 세이브더칠드런은 교육이 가진 이 힘을 믿기에, 그리고 이러한 교육은 어린이라면 누려야 할 권리임을 믿기에, 아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도적 위기 현장에 아동친화공간을 세우고 학교 운영과 교사 훈련을 지원합니다. 전쟁에 쫓겨 공부를 중단해야 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대안 교육을 진행합니다. 배움은 전쟁 속에서도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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