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품은 지역사회, 아이와 함께 자라다
다섯 명 중 한 명. 방과 후 곁을 지켜줄 보호자가 없이 지내는 아이들입니다. 이렇게 방치되는 아이들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것은 물론 끼니를 거르거나 TV 중독, 게임 중독 등을 겪을 위험도 커집니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저녁 식사나 감독자가 아닙니다. ‘배고픈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싫다’는 아이들의 말처럼 성장에 필요한 영양뿐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공부하며 삶의 규범들을 배울 수 있는 공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든든한 어른, 아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주는 지역사회 등 더욱 큰 범위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지역사회 아이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듬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영양과 건강, 교육, 발달, 개별 상담, 역량 강화 등 통합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체인지더퓨처(Change the Future)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보건복지부∙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아동청소년 종합실태조사, 2009 |
체인지더퓨처가 바꾼 지역아동센터의 미래
체인지더퓨처는 아이들의 미래만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센터 스스로 아동을 위한 다양한 자원연계 및 체계적인 사례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체인지더퓨처가 일으키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변화의 바람을 살펴봤습니다.
사진/ 체인지더퓨처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 가정지역아동센터
‘아동관리’가 ‘아동관심’으로
우리가 만난 4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모두 체인지더퓨처를 통해 가장 달라진 점으로 ‘사례관리’를 꼽았습니다. 사례관리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개개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자원을 연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당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아동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관찰하고 그들에게 맞는 지원을 하기가 무척 어려울 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체인지더퓨처에서는 지역아동센터별 전담 사회복지사를 파견합니다. 이들은 일주일에 2번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아동 사례관리를 돕는 한편, 개별 아동에게 필요한 지역사회자원을 연계해주는 등 사업과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 한 달에 한 번, 체인지더퓨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들이 모두 모여 사례회의를 열고 개별 사례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체계적인 사례관리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무척 높습니다. 남부산지역아동센터 이정애센터장은 체인지더퓨처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모든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애센터장은 “예전에는 바쁘니까 미뤄버리거나 엄마와 통화한 내용을 가지고 사례관리를 했다면 지금은 모든 것이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대전지역아동센터 김준광센터장도 “우리가 말하는 ‘아동관리’가 체인지더퓨처를 만나면서 사실은 ‘아동관심’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사례관리를 통해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듣고,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계해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친구가 많아서 좋아요”
남부산지역아동센터에 다니고 있는 9살 지우(가명)는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시간이 제일 즐겁습니다. 도착하면 냉장고부터 열어 간식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지우는 영락없이 평범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1년 전, 지우가 오빠 지현(가명, 11살)이와 함께 처음 남부산지역아동센터를 찾았을 때, 남매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가정에서 거의 방임된 것이나 다름없던 남매는 제대로 씻지 못해 위생상태가 상당히 나빴을 뿐만 아니라 발육도 또래에 비해 부진했습니다. 체인지더퓨처의 지원과 남부산지역아동센터의 노력으로 지우의 어머니는 지자체와 연계해 심리검사 및 상담을 받고 있으며 집에는 온수기가 지원돼 아이들이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지역아동센터에서 양질의 식사와 영양제를 제공받으면서 발육상태도 훨씬 좋아졌고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학교 친구들도 이제 더 이상 지우를 따돌리지 않습니다. 낯가림이 심하던 지우였지만 이제 지역아동센터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친구’입니다. “친구가 많아서 좋아요. 언니랑 오빠랑 동생들이 있어서 너무 재미있어요. 집에 가면 오빠만 있는데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신나요.”
지역사회 모두가 보듬는 아이들의 미래
아동에 대한 꼼꼼한 사례관리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지자체, 학교, 민간 등의 체계적인 자원 연계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체인지더퓨처 전담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자원을 지역사회에서 발굴하기도 하고, 지역아동센터가 자발적으로 자원연계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역사회 다양한 자원들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 아동과 가족은 놀랄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높아진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체인지더퓨처 지원 종료 이후를 스스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서대전지역아동센터는 체인지더퓨처를 통해 연계된 체육활동 업체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나가기 위한 논의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체인지더퓨처를 위한 공간 리모델링에 아버지들이 적극 참여한 가정지역아동센터는 부모님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SNS 채팅방을 만들어 생생한 활동모습을 전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가정에서 더 많은 관심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체인지더퓨처사업은 지역아동센터를 구심점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고 미래를 보듬어줄 수 있도록 마음과 자원을 모으는 마중물이 되고 있습니다.
달라진 미래, “현장의 목소리”
- 인터뷰이1 : 이정애 남부산지역아동센터장
아이들이 차일드클럽 활동을 한 번 해 본 뒤로 의지가 생겼어요. 자신들의 의견을 분명히 내세울 줄 알게 됐고요. 그렇게 아이들 마음에서부터 변화가 있다는 걸 제가 보게 되는 거죠.
사실 저는 처음에 영양제를 바라고 체인지더퓨처를 신청했지만, 사례관리 지원을 받으면서 개별 가정과 아이 하나하나를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고요,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으로 눈도 잘 못 마주치던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발표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보람을 느끼고 감사해요.
체인지더퓨처 지원으로 우리 센터가 이렇게 많은 변화를 느끼고 아이들도 더 예쁘게 변화되어 자라는 것처럼 지역아동센터가 복지기관으로 이 땅에 자리잡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이런 통합적인 지원이 많이, 지속적으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이2 : 박래순 가정지역아동센터 실무 담당자
“지역아동센터 평가 때마다 사례관리가 문제로 지적되었어요. 교육을 여러 차례 받아도 실제 해야될 때가 되면 혼자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체인지더퓨처 담당 사회복지사가 와서 함께 하니까 할 수 있겠더라고요. 서류 작성 방법만이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도 발견했어요.”
“아동권리교육을 받으며 적어도 며칠 동안은 아이들을 아동권리의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어요. 교육을 받으면서도 많이 깨우쳤고 체인지더퓨처 담당 사회복지사나 독서지도 교사, 체육활동 교사가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제가 배울 점을 많이 찾았어요.”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게 많아졌어요. 예전 같았으면 ‘산책 가자’라고 말했을 걸 이제는 ‘산책 갈래?’, ‘그럼 어디가 좋을까?’, ‘무슨 놀이 할까?’하고 물어보죠. 처음에는 아이들이 대답을 잘 못하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무엇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해요.”
- 인터뷰이 3 : 유정화 서대문지역아동센터 실무 담당자
“꾸준한 영양 섭취와 건강 검진 덕분에 아이들이 몇 개월 사이 부쩍 자란 것 같아요. 지난 겨울을 잔병 없이 매우 건강하게 났고요.”
“아이들에게 또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인성∙정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매우 가까워졌어요. 누구 하나도 소외되지 않아 굉장히 좋아요.”
“빈곤 아동일수록 전문적인 강사가 정말 필요하다고 그러는데 체인지더퓨처를 통해 정말 최상급 강사들과 함께 활동하니까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어요.”
- 인터뷰이 4 : 손민지 세이브더칠드런 부산지부 체인지더퓨처 담당 사회복지사
부산지부에서 한 달에 한 번 6개 지역아동센터 사례회의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서 회의를 하다보면 센터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상황이나 다양한 사례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저희가 지역아동센터를 감시하는 역할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은 대학에서 배울 때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작은 자원 하나 연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체인지더퓨처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직접 하기 힘든 것들을 도우면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되고 영양에서 정서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글: 신은정 (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흥구,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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