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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마음껏 노는 곳이 바로 행복한 곳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10-06 조회수 5889



[기획특집 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마음껏 노는 곳이 바로 행복한 곳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빈 공간, 심심해질 틈이 없는 흥미진진한 곳, 자연히 함께하는 공간. 아이들이 바라는 놀이공간은 화려한 놀이시설을 먼저 떠올리는 어른들의 예상과는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놀이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자연과 상상의 모험, 빈 공간




“공원을 가운데에 그리자.”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그려 달라’는 주문에 지윤이와 여민이가 빈 도화지의 중앙에 가장 먼저 공원을 커다랗게 그려 넣었습니다. 공원은 두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자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몇 가지 간단한 놀이기구와 함께 물장난을 칠 수 있는 물놀이장, 물놀이 뒤에는 젖은 살갗에 모래를 잔뜩 입혀 ‘진흙맨’으로 변신할 수 있는 모래 놀이터도 그렸습니다. 초록빛은 공원 바깥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여민이는 당근과 감자, 장미, 목화를 가꾸는 텃밭을, 지윤이는 나무가 100그루 있는 숲을 그렸습니다. 살고 싶은 집에도 뜰이 있어 가족,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평상이 있고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가 살기도 합니다.

한편 현조와 학선이가 그린 동네에는 따로 놀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새 놀이터가 짠하고 나타나기보다는 매일 지나는 길에 아슬아슬한 장애물이 설치되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는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처럼 터널을 지나야 하고, 공원에는 가짜 사자가 아이들을 놀라게 하는 등 주변의 모든 공간이 흥미진진한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한편 전라북도에서 만난 아이들은 집 근처에 농구나 배드민턴, 수영 등을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옆에 체육관이 있지만 통학버스 시간에 맞춰 등하교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체육관은 가고 싶을 때 마음껏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무엇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무엇이 ‘없는’ 공간을 바라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술래잡기를 하고 축구와 피구를 하고 자전거를 타기에 빈 공간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가은(8)이는 “달리기 좋게 넓었으면 좋겠어요. 뛰어다니다가 놀이기구에 얼굴을 부딪친 적이 있거든요. 친구하고 앉아서 쉬다가 축구공이 날아와 맞은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물과 흙, 동식물 등 자연이 함께하는 곳, 상상을 덧붙이면 모험의 공간이 되는 곳,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소원했습니다.

좋은 놀이공간을 위한 10가지 원칙

2008년부터 영국은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뿐 아니라 놀이의 기회도 지켜주자는 목표 아래 다양한 놀이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실제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것뿐 아니라 놀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로 나온 ‘놀이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Play’에서는 좋은 놀이공간을 위한 10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주위 환경과 어우러져야 한다.
▶ 아이들이 찾기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
▶ 자연 요소가 있어야 한다.
▶ 다양한 놀이가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
▶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놀 수 있어야 한다.
▶ 아이들이 도전해볼 수 있도록 유해하지 않은 도전 요소들이 담겨야 한다.
▶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놀이공간이 연령별로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




놀이공간 축소는 우리 사회 행복의 감소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아동 삶의 질 종합지수’연구의 일환으로 3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놀이공간을 생활 반경 중 중요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묻는 질문에 “놀이터가 많아서 친구들과 놀기 좋다”라거나 “놀 데가 없어서 먼 곳까지 가서 놀아야 한다”, “놀이터에서 담배 피는 형 누나들을 보고 무서웠다”고 대답하는 등 놀이공간이 주는 느낌이나 분위기, 안정감은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넓은 길을 달리는 자동차에, 골목길은 주차된 자동차에 내어주어야 하는 아이들이 그나마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곳은 놀이터이지만 여기에서 노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주택단지 놀이터를 비롯해 도시공원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안전행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은 6만 2,300곳. 우리나라 15세 미만 아동 수(787만 6,973명)에 비추어보면 놀이시설 하나당 약 125명이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은 이마저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경로당이나 도서실, 입주자집회소 등으로 주민단지 내 주민공동시설 설치 면적을 채우면 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입주자의 동의를 얻으면 기존의 놀이터를 다른 주민공동시설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입주자 논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201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유엔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 17’에서 ‘아동권리협약 제31조가 규정한 아동의 놀이와 휴식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전략, 서비스 제공에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을 강조하는 것과는 역행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공간, 즉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놀이터와 자동차 걱정 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골목길, 햇빛과 비를 피해 쉴 수 있는 쉼터, 자연과 가까운 환경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좋은 곳이 아닙니다. 다른 모든 아동권리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놀 권리는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인권의 척도입니다. 동네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그곳이 우리 모두에게 살 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찾은 세계의 착한 놀이공간


서울 관악구 까치 어린이 공원
까치고개의 경사를 둔덕으로 활용해 공터와 놀이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찾아온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늘 벤치와 너른 바위, 녹지를 두어 어린이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사랑받는 공간. 지역 어르신들이 늘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기 때문에 간혹 벌에 물리거나 다치는 일이 생겨도 아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관악구 행운동 소재.
- 하절기 바닥분수 일 3회 운영

영국 더랜드The Land
모험 놀이터Adventure Playground라는 이름처럼 천편일률적인 놀이기구 대신 굴러다니는 재활용품들을 마음껏 자르고 붙이고 올라탈 수 있는 1,000여 평의 너른 공간. 지역 자원봉사 단체의 안전요원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놀라고 지도하는 대신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지켜보고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낼 만한 곳에 놀이 재료들을 조용히 가져다 둡니다.
- 영국 웨일즈 렉섬Wrexham 소재.
- 홈페이지 :
http://www.thelanddocumentary.com

네덜란드 데파이프De Pijp
1972년 아이들이 직접 투쟁을 통해 바꾸어 놓은 지역사회. 당시 아이들은 주차된 자동차로 가득했던 거리를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로 만들기 위해 지역 주민의 서명을 받아 지방 정부에 청원하고 시위를 펼쳤습니다. 그해 데파이프 지역 몇몇 거리가 ‘놀이 골목’으로 지정되었고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일방통행 정책도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이곳의 차도는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인도와 자전거 도로, 가로수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데파이프 소재.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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