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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앗아간 배움의 기회 ②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10-06 조회수 6903



시리아 내전이 앗아간 배움의 기회 ②



“어느 아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종류별로 무기 이름을 줄줄이 댈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수업 내용보다도 무기를 더 잘 알아요.” (하난, 시리아 교사)

내전 4년 째. 학교 등록률이 100%에 가깝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90%가 넘던 시리아였지만 이제는 280만 명의 학령기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합니다. 전 세계 21위였던 학교 등록률은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습니다. 교육은 국가의 상황을 가늠하는 기준만이 아닙니다. 내전이 끝나면 무너졌던 사회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고 와해되었던 공동체를 묶어줄 삶의 양식입니다. 그러고 무엇보다 교육은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에 빠질 수 없는 요소이며 모든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시리아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2013년 10월 각국 정부와 UN 산하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 등 NGO가 손잡고 교육지원 활동 ‘노 로스트 제너레이션(No Lost Generation Initiative)’을 시작했습니다. 이 활동이 시작한 지 1년을 앞두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리아 북부 지역의 아이들과 요르단, 레바논, 터키 등 주변 국가에 있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의 학업 상황을 살피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보고서 <위협 받는 미래(Futures under Threat)>를 발간했습니다. 여기에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시리아 내외에서 만난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들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시리아 내전이 앗아간 배움의 기회’ 2편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가족을 위해’ 공부 대신 일하고 결혼하는 아이들

“저는 6학년이지만 1학기 때는 디젤유 시장에서 일했어요. 아버지에게 청각 장애가 있어서 일을 하실 수 없거든요. 가족을 위해 제가 일해야 했죠. 6개월 동안 일했는데 제가 일하던 곳 인근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어요. 그 이후로 아버지가 일하지 말고 학교로 돌아가라고 하셨죠.” (하니, 13)

내전이 오래 지속되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릴 만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일구어 온 재산을 뒤로 하고 피란을 떠난 가족들에게 밥벌이는 더욱 막막합니다. 그러다 보니 하니 같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 학교 대신 일터로 향합니다. 그가 일했던 한 시장에서는 일하는 아이들이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이 확인한 수만 100명이 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탱크가 바닥에 흘리고 간 디젤유를 스폰지로 빨아들인 뒤 통에 다시 짜서 파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하루 8시간까지도 일하지만 버는 돈은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때로는 화상과 피부병으로 고통 받기도 합니다.



이런 사정은 시리아 국경을 벗어난 난민 아이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리아를 떠난 난민 중 80%가 난민캠프가 아닌 지역사회에 살고 있고, 이중 대부분이 빈곤 지역에 머물러 변변한 직업이나 공공서비스를 찾기 힘든 상태입니다. 유니세프는 주변 국가에 머무는 시리아 난민 아동 중 10%가 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유엔 여성기구는 만난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 가정 중 47%가 아이들의 수입에 일부분 또는 전적으로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정 속에서 여자 아이들은 ‘입을 줄이기 위해’ 자의로든 타의로든 조혼을 떠올리게 됩니다. 17살 시타도 공부와 결혼 사이에서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돈을 벌려고 최선을 다하시지만 집 사정은 매우 안 좋아요. 제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그의 돈을 엄마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게 올바른 일이 아니란 것도, 제가 17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기꺼이 그러겠다는 여자 아이들도 많고 그걸 바라는 부모들도 있어요. 저는 지금 공부하지 않고 있어요. 학교로 돌아가야 하지만 저는 결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부자와 결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해결책 같거든요. 청혼도 여러 번 받았어요. 제가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남편이 허락해주면 좋겠어요. 이런 결혼이 실수가 되리란 걸 알지만 그래도 할래요.”



문턱이 높은 학교, 들어설 곳이 없는 학교

“저희를 학교에 보내시려고 아버지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필요한 도장을 받고 등록 절차를 밟으러 여러 관청을 돌아다니셔야 했어요. 저는 시리아에서 수료한 6학년 과정을 인정받지 못해서 이집트 교육과정에 맞춘 시험을 다시 치르고서야 7학년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시리아 교육부가 교육과정 수료를 인증해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그걸 기다릴 새 없이 떠나왔거든요.” (마이사, 14)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시리아에서는 거의 모든 학령기 아이들이 당연하게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주변 국가로 피란을 온 난민들 중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난민 아이들에게 학교의 문턱은 높습니다. 전학에 필요한 서류는커녕 옷가지만 겨우 걸친 채 집을 떠나와야 했던 난민들, 목숨을 건지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에게조차 학교는 체류 지위와 입학 서류 등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에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출국 전 시리아 외무부로부터 인정받은 학업 수료증을 받아야 하고 이집트 지방 정부와 시리아 대사관에 각각 다시 학업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부모가 공식 절차를 통해 입국했고 일정 기간마다 갱신해야 하는 체류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은 촌각을 다투는 위기에서 탈출해야 했던 난민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요르단에서는 3년 이상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은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이미 4년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약 6만 5,000명의 아이들에게서 학교 갈 권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6개월 이상 머문 난민들이 체류권을 얻어야 하지만 여기에 드는 비용 200달러는 난민 가정의 한 달 수입에 달해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식 체류 자격을 얻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학교가 이미 과밀 상태라 받아줄 곳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가정이 참여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정 중 18%가 그 이유로 ‘학교에 자리가 없어서’를 꼽았습니다. 난민캠프에 사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도 시리아 난민 아이들 8만 5,000명을 수용하고 있는 요르단에서는 학교 120곳이 과밀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2교대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이집트에서는 최고 일곱 명의 아이들이 책상 하나를 나눠 앉아야 할 만큼 과밀 문제가 심각합니다.



낯선 환경과 편견 속에서


“전쟁은 제 탓이 아니에요. 저는 그저 학교에 다녀야 하는 아이라고요”
-
전학을 앞둔 시리아 난민 아이 하발(11)의 이야기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살던 하발은 2학년까지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나 내전이 시작된 뒤 하발은 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검문소에서 출근길 교사 2명이 살해당한 것입니다. 이 일이 있고 카미실리로 떠난 하발은 그곳에서 3학년을 다니다 현재는 이라크로 와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온 뒤 하발은 1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하발이 이해할 수 있는 아랍어로 수업을 하는 학교가 근처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지난 봄 인근에 새 학교가 생겼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당시 하발은 여름학기 수업을 들으며 다시 정규 학교에 다닐 생각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다마스쿠스에 있을 땐 학교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재미있는 과목이 많았거든요. 체육과 읽기, 수학을 가장 좋아했어요. 친한 친구 4명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지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은 학교에 가지 못했어요. 학교에 갈 수 없어서 매우 화가 났어요. 그 동안은 집에 있으면서 엄마에게 배워야 할 것을 배웠는데 지금은 여름 학교를 다니면서 진짜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는 여름 학교에 다니는 게 좋아요. 학교에 다시 다닐 준비가 되거든요. 여름 학교가 시작되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데요!”

하지만 이런 하발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시리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라크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이라크 아이들은 우리를 정말 화나게 해요. 우리보고 나쁜 사람들이래요. 그 말을 들으면 정말 화가 나요.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문제를 일으키러 이라크게 온 게 아니라고, 시리아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온 것이라고 이야기해요. 그 곳엔 전기도 물도 없으니까 학교에 다니고 살려고 이 곳에 온 거예요. 저는 그냥 아이일 뿐이고 전쟁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전쟁은 제 잘못이 아니에요. 저는 그저 학교에 다녀야 하는 아이라고요. 이라크 아이들은 시리아 사람 몇 명이 문제를 일으키는 걸 보고 시리아 사람 모두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낯선 타국에서 좁은 바늘 구멍을 뚫고 입학하더라도 시리아 아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습니다. 새 선생님과 새 친구들은 물론 다른 언어와 다른 학사 과정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게다가 시리아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 쉽습니다. 시리아 난민이 빈곤 지역에 몰리면서 넉넉하지 않은 지역 자원을 두고 지역 주민들과 보이지 않는 긴장이 발생하고, 이러한 관계가 아이들 사이에까지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시리아에서 왔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등교 길에 괴롭힘을 당하고 교실에서 웃음 거리가 되는 상황을 이기지 못해 학교를 떠난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학교를 그만 둔 한 아이는 그때 상황을 설명하며 말했습니다.
“교육의 대가로 자존감을 내어줄 수는 없어요.”

아동노동과 조혼, 까다로운 서류 절차, 학교 내 폭력. 시리아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데는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니가 일했던 디젤유 시장에서는 이제 일하는 아이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보호 직원과 생계 지원 직원들이 이 아이들의 가정을 찾아 상담하고 식량을 지원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레바논에서는 시리아 난민뿐 아니라 이들처럼 취약한 환경에 있는 레바논 청년들이 함께 생활 기술을 터득하고 지역사회 발전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레바논 정부와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리아의 많은 아이들이 전쟁의 그림자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다시 배움의 기쁨을 얻고 아이답게 살 수 있도록 각국 정부와 유엔, 국제사회, 그리고 이들을 움직일 시민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표기되었습니다.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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