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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거나 슬프기만 한 곳이 아닙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10-17 조회수 8091



“아프리카, 아프거나 슬프기만 한 곳이 아닙니다”



지난 9월 15일 열린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할' 토론회 2부 행사는 여느 토론회와는 다르게 신나는 아프리카 음악과 춤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서아프리카의 흥겨운 음악과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인 춤으로 참석자들의 어깨를 들썩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엠마누엘과 음악인 아미두. 두 사람은 현재 '쿨레 칸'이라는 서아프리카 전통공연예술팀에서 활동하며 아프리카의 문화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공연과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할'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대륙은 바로 '아프리카' 였습니다. 뉴스 등 미디어가 아프리카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수원국 아동들의 권리 침해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성과 아동 권리를 보호하는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습니다.
[현장리포트]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드디어 첫 발을 떼다' 보기 ▶


그렇다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의 미디어가 아프리카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부르키나파소' 출신으로 2012년 한국에 와 최근 문제가 된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엠마누엘과 아미두 씨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한겨레 기고문]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태가 던진 질문’ 보기 ▶



Q.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아프리카'는 아직 생소한 대륙인데요, 특히 '부르키나파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잘 모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본인 소개와 함께 부르키나파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엠마누엘 : 안녕하세요, 저는 엠마누엘 사누입니다. 무용수이고요, 부르키나파소에서 왔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어요. 말리,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의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죠. 언어는 프랑스어를 사용해요.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죠. 그리고 '듈라'라는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어도 쓰고 있어요.

부르키나파소에만 63개의 언어가 있어요. 부족들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 등에서는 이 '듈라'라는 공용어를 사용해요. 그러면 다른 부족이라도 대화가 가능하죠. 문화도 굉장히 다양해요. 부족이 많기 때문에 부족들마다 고유의 춤과 같은 문화, 신화를 가지고 있어요.

A. 아미두 : 안녕하세요, 저는 아미두 자파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저를 '아미두 발라니'로 알고 있어요. '발라니'는 저의 예명이예요. '자파티'는 성이구요. 저는 음악가입니다. 아프리카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어요.





Q. 한국에는 언제,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A. 엠마누엘 : 저와 아미두는 2012년에 처음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한국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고 발탁이 되었어요. 박물관에서는 2년 정도 일을 했고요.





Q.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A. 엠마누엘 : 우리가 한국에 오기 전에 부르키나파소에 있는 친구 중 한 명이 한국에서 열린 댄스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돌아왔어요. 그 친구가 저한테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 라고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어른들을 공경하고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 사람들과 뭔가 비슷한 게 있다면서요. 저는 친구에게 들은 이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으로 왔죠.

A. 아미두 : 저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몰랐어요. 중국이나 일본이랑 비슷한 나라일거라는 생각 정도만 했죠. 캐나다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한국에는 물이랑 산이 많다고 말해줬어요. 부르키나파소에는 산이나 물이 그리 많지 않아요.


Q. 처음 출신 국가를 말하면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A. 엠마누엘 : 우리가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일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서아프리카에 있고 가나하고 비슷해요” 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아아~” 하는 반응을 보이곤 했죠. 사람들은 정말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모르고 있었어요.

A. 아미두 : 코트디부아르를 말하면 “오~”하면서 알더라고요. 가나는 여기 있고 코트디부아르는 여기 있고, 부르키나파소는 여기에 있다라는 식으로 설명해줬어요.


Q.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을 때가 있어요. 외국인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중국은 여기에 있고 일본은 여기에 있고 우리는 이 사이에 있다’고 하면 그제서야 알겠다고 말해요.


A. 엠마누엘 : 맞아요, 그것과 비슷해요.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 부르키나파소 사람들도 사실 한국에 대해서 잘 몰라요.


Q. 한국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궁금해하던가요?


A. 엠마누엘 : 박물관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집에 텔레비전이 있는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지와 같은것들을 궁금해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그런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줬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굉장히 신기해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가난해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왔거든요. 모두가 큰 돈이나 지원이 필요하고 먹을 것이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죠. 늘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지 않아요. 아프리카는 정말 넓어요.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나라만 봐서는 안돼요. 서아프리카만해도 정말 넓죠. 어떤 나라에서는 전쟁을 하고 있기도 해요. 이런 나라는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전쟁을 하고 있지도 않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어요. 부르키나파소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교육이에요. 교육비가 비싸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A. 아미두 : 우리 부모님도 교육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 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셨어요. 굉장히 슬펐죠. 학교에 가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Q. 교육과 같은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부르키나파소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는 시선에서 불쾌함을 느낀 적은 없나요?


A. 엠마누엘 :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가 굉장히 가난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덜한 편인데 나이 드신 분들은 이런 생각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죠.



Q. 한국 미디어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A. 엠마누엘 : 한국 방송에 나오는 아프리카를 보면 아프리카는 굉장히 슬프고 많은 것들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걸 본다면 아프리카가 전부 다 이럴거라고 생각하겠죠. 아프리카에 가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프리카는 가난하고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을테니까요. 제 한국 친구들 중 몇몇은 아프리카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들에게 아프리카는 먹을 것도, 아무것도 없고 그저 싸우고 있는 곳이니까요. 한국 친구들은 "영화에서 봤는데, TV에서 봤는데 그렇다면서?" 라고 말하죠.

그러면 우리는 "어떤 나라들은 내전을 겪고 있는 것이 맞아. 하지만 아닌 곳들은 정말 좋아" 라고 말해줘요. 이런 일을 겪으면 슬프죠. 아프리카는 굉장히 큰 대륙이에요. 어떤 나라들은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들은 내전 중이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이 많기도 해요. 하지만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그럴거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A. 아미두 : 한국의 방송이나 매체에 실리는 사진, 영화 등에서는 아프리카가 굉장히 가난한 곳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물론 아프리카에는 실제로 그런 나라들이 있고 저도 그런 나라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죠. 하지만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Q. 한국인들이 가장 오해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것은 무엇일까요?


A. 엠마누엘 :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처럼 생각하고 항상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곳,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A. 아미두 : 한국도 남한, 북한으로 나뉘어져 있잖아요.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고요.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같은 나라인데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있고 서로에 대해 잘 몰라요. 이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은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아시아'를 하나의 국가처럼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는 거예요.





Q.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삶은 어떠셨나요?


A. 엠마누엘 : 저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전통 춤을 추면서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어요. 흔히들 종교 갈등으로 인해 문제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부르키나파소에는 그런 문제도 없죠. 저희 가족만해도 기독교, 민간 신앙 등 종교가 다양하지만 아무 문제 없었어요.

A. 아미두 : 저희 집안은 대대로 음악을 하는 집안이라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여러 아프리카 전통 악기들을 배우면서 자랐어요.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에게 춤과 음악은 삶 그 자체예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늘 춤과 음악이 함께 하죠. 예를 들어 결혼식이 열리면 수많은 지인들이 모여 밤새 음악에 맞춰 춤을 춰요.

A. 엠마누엘 :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 사람들은 부르키나파소 사람들보다 전반적으로 우울해 보여요. 한국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다보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조금 서툴고 쑥스러워하는 것 같고요.


Q. 한국의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엠마누엘 : 아프리카 각국이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소말리아에서는 내전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있고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또 말리나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같은 나라의 사람들은 교육이 필요해요. 각 나라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A. 아미두 : 이렇게 아프리카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하는 여러 작업들에 감사드려요. 한국 미디어 종사자들이 앞으로는 아프리카의 긍정적인 모습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사람들에게 함께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엠마누엘과 아미두 씨가 가장 많이 강조한 점은 ‘모든 아프리카가 전쟁이나 가난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정에서 시작된 베품보다는 이해에서 시작된 나눔일 때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쿨레 칸’ 활동을 통해 서아프리카의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데 노력할 것이라는 엠마누엘과 아미두 씨.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질문이 더 이상 “그 나라에도 휴대전화가 있느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은정(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쿨레 칸, 아프리카인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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