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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온 아이들…”인간답게 살고 싶었어요”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5-04-22 조회수 5006



비극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온 아이들…

인간답게 살고 싶었어요”



푸른 바다와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 지중해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으로만 인식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지중해는 수많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목숨을 잃은 비극의 바다가 됐습니다. 아프리카를 떠나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던 난민선이 잇따라 침몰한 것입니다. 지난해 난민선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3400여명. 올 들어서만 벌써19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아동도 상당 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은 지켜줄 어른도 없이 홀로 고향을 떠나온 아이들입니다. 무사히 이탈리아에 도착하더라도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한 상황. 왜 이 아이들은 엄마의 품을 떠나 목숨을 걸고 머나먼 길을 떠나와야 했을까요? 국제사회는 사고 수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 아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소말리아에서 온 이스마일의 이야기, “살아있으니 됐어요”




소말리아에서는 누구도 행복하게 살 수 없어요. 폭력이 난무하고 거리에는 총소리가 끊이지 않아요. 언제 반군에 끌려갈지 모르는 삶이 계속되죠. 학교에도 다녔었지만 수업료를 낼 수 없어서 공부도 그만뒀어요. 소말리아에서는 어떤 미래도 꿈꿀 수 없었죠. 에티오피아로 가면 리비아로 갈 수 있다는 말에 에티오피아로 갔어요. 거기서 만난 난민 브로커들은 저에게 4천 7백달러만 내면 리비아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죠. 숙식을 다 제공하겠다면서요. 하지만 수단까지 가는 15일 내내 저는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맨발로 강을 건너야 했어요. 수단에서 리비아까지 갈 땐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을 트럭 한 대에 태우더군요. 그러곤 사막 한가운데에 우리를 내려놓고 이유도 없이 때렸어요. 리비아에 도착해서는 한 달 동안이나 감금해놓고 죽이겠다고 협박하면서 2천달러나 되는 돈을 또 요구했어요. 어머니가 여기저기 돈을 빌려 보내주셨죠.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저보다 먼저 떠났던 친구는 요구하는 돈을 다 내고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 람페두사로 건너던 도중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어요. 그래도 전 살아있으니 행복해요. 이제 여기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벌어서 어머니와 가족들을 보살필 거예요.”




케냐에서 떠나온 알리의 이야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고향에는 미래가 없어요”




“저를 그냥 ‘알리’ 라고 불러주세요. 알리는 함께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제 친구 이름이에요. 저와 제 친구가 탄 배는 낡은 나무 배였어요. 작은 배 한 척에 400명이나 끼어 탔죠. 그런데 한참 가다 말고 별안간 난민 브로커들이 사람들을 바다로 밀치기 시작했어요. 내 친구도 그 중 하나였죠. 빠진 사람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이탈리아까지 배를 태워주는 브로커들은 인간이 아니에요. 그들은 언어 대신 총으로 말을 해요. 저를 한 달 동안 감금하고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기까지 했어요. 결국 4천 달러를 받고서야 풀어줬죠. 케냐에서 우간다, 수단, 남수단을 거쳐 리비아까지…이탈리아에 오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어요. 그래도 살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사람들이 죽어가는 케냐에는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케냐에는 삶이 없어요. 떠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죠. 죽는 것 아니면 떠나는 것. 그 외에는 선택권이 없어요.”




가자지구에서 온 유세프의 이야기, “나를 둘러싼 전쟁과 죽음으로부터 도망쳐왔어요”



가자 지구에서는 길을 걷다가도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몰라요. 채 200미터도 걷기 어렵죠. 나를 둘러싼 것들은 전쟁과 죽음뿐이었어요. 아이들은 장난감대신 총알과 함께 살아요.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알 수 없죠. 학교도 갈 수 없고요. 저는 제 이름밖에는 쓸 줄 몰라요. 저는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어 집을 떠났어요. 가자지구를 떠나 맨 처음 도착한 레바논에선 납치를 당했어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1천 달러가 넘는 몸값을 부쳐주고 나서야 겨우 풀려났죠. 리비아까지 가는 길은 더 험난했어요. 브로커들은 작은 트럭 한 대에 사람을 서른 명 넘게 태웠죠. 게다가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올라탄 차에서 떨어지는 사람도 많았어요. 굴러 떨어지면 그대로 사막 한가운데서 낙오되는 거예요. 마실 물을 달라고 하자 휘발유가 섞인 물을 나눠줬어요. 식사는 하루 한 번, 작은 접시 하나를 10명이 나눠 먹어야 했죠. 먹을 것을 원하면 밀가루 한 접시를 50달러에 사라고 했지만 누구도 그럴 돈은 없었어요. 갈증과 굶주림 때문에 리비아에 채 닿기도 전에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죠. 어렵사리 낡은 배에 올라탄 사람들에게는 구명조끼도 돈을 내고 사 입으라고 해요. 대부분 맨 몸으로 바다를 건넜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4천 달러가 넘게 들었어요. 고향에서 어머니가 금붙이며 세간살이를 팔지 않았다면 여기 올 수 없었겠죠. 이제 여기에서 새 삶을 찾고 언젠가 가족들도 모두 데려올 거예요.” 




이 아이들에게서 ‘난민’이라는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이탈리아에 닿기까지 난민 브로커들로부터 무자비한 폭행과 감금, 살해위협을 당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수 천 달러의 몸값까지 내 가며 고향의 가난과 전쟁을 피해 유럽 행을 택한 아이들. 그러나 이 아이들을 과연 행운아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의 소망은 크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며 미래를 꿈꾸는 것. 그래서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평화 속에서 다시 만나는 것. 그것뿐입니다.

계속되는 난민참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당장의 사고수습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 아이들이 가족의 품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날, 이 아이들에게서 ‘난민’이라는 이름을 지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이나미 (커뮤니케이션부) 





지중해를 건너 온 난민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가족들과 평화 속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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