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 스쿨미 유닛 김현주 팀장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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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3-29 조회수 7270 |
질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 스쿨미 유닛 김현주 팀장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하는 인터넷 서점 MD로 일하다 서른이 넘어 ‘빈곤과 불평등’을 공부하겠다고 훌쩍 유학을 떠나기.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제개발정책팀이라는 신생 팀을 꾸리기. 3년 후 자리잡은 그 팀을 떠나 ‘스쿨미 유닛’이라는 또 다른 신생조직을 꾸리기. 아이를 낳아 기르기. 세이브더칠드런 스쿨미 유닛의 김현주 팀장의 지난 몇 년을 거칠게 적은 기록입니다. 변화의 순간마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 ‘어떻게 그런 결정들을 어떻게 내렸느냐’고 묻자 “즉흥적인 선택이었고 저는 그 즉흥에 집중해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스쿨미 유닛에 집중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스타트업, 스쿨미 유닛 Q 지금은 아프리카 여아 학교보내기 스쿨미 캠페인을 전담하는 ‘스쿨미 유닛’에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처음 시도하는 ‘유닛’이라는 조직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일종의 TF 조직이에요. 여섯 명이 있는데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과 같은 참여 캠페인과 마케팅을 했던 사람,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 권리옹호부에서 일했던 저, 해외사업부로 현장에서 일하거나 사업을 관리했던 사람, 신입직원까지 모여 있어요. 스쿨미 캠페인은 2012년부터 해왔지만 이것을 2016~2018년 동안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발전시킬 전략 과제로 삼고 이 캠페인만을 위한 유닛을 만든 것은 서로 다른 부서에 있던 사람들이 소통을 긴밀하게 하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분야만 집중하지 말고 함께 캠페인을 꾸려나가는 우리 안에서 대화와 고민을 나누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NGO에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스쿨미 유닛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매우 잘 해보겠다’는 각오보다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면 어떻게 될지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컸어요. Q 새로운 방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유닛’이라는 형태만을 말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A 스쿨미 사업을 진행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고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이에요. 교육 사업 지원이 가장 적으면서도 가장 필요한 곳이거든요. 이 지역의 아이들 4명 중 1명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도 3명 중 1명은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학교를 그만 둬요. 전세계 학교 밖 아이들의 1/3은 서아프리카 지역에 살고 있을 정도예요. 그럼에도 미국이나 영국 같은 전통적인 원조국의 관심은 높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부분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신경을 써줄 수 있죠. 예로 코트디부아르 사업장의 교육 사업 예산 중 30%가 한국 후원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후원금이에요. 사업장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수요를 상당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귀한 파트너이고 우리에게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소중한 존재인 거죠. Q ‘새로운 시도’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A 스쿨미 캠페인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사업 효과성을 엄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현지 상황에 잘 맞는 사업을 개발하고 그 결과가 좋으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자. 그러기 위해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효과를 잘 연구하자. 두 번째는 후원자가 참여하게 하자.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처럼 후원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자. 처음에 이런 목표로 모였을 때는 사실 막막했어요. 우리를 대표할만한 사업을 만들자고 했는데 ‘대표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증거를 토대로 사업을 짜자고 이야기할 때도 ‘그럼 증거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부딪히고. 우리가 해온 지난 3년의 스쿨미 사업을 돌아봐야 했어요. 잘한 것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새로 시작할 시업은 이제까지 해온 것과는 다르게 해보자는 것이니까 우리 안으로 엄격한 잣대를 대기도 하고요. 저는 스쿨미 캠페인이 오답을 낼 수 있다고,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실패의 경험을 나누는 거죠. ‘이런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시도했는데 이것도 통하지 않았다’라는 게 배움이 될 수 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스쿨미는 일부예요. 사업본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규모도 훨씬 크고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스쿨미에서 한발 먼저 앞서서 시도해보고 잘되든 실패하든 그 지식을 나누고 싶어요. ‘어떻게 여자 아이를 돕느냐’ 대신 ‘여성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다 Q 스쿨미가 ‘여자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것을 둘러싸고 오해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A 가장 많이 받은 오해는 ‘아프리카에는 남자 아이들도 학교에 가기 어려운데 왜 여자 아이들만 지원하느냐’는 것이었어요. 교육의 목표는 성별로 인한 차이가 없이 모두가 교육의 권리를 누리는 거잖아요. 여자 아이들만의 교육이 목표가 아니라 여자 아이들이 성별로 인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자는 것이 여아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스쿨미의 목표는 남자 아이도 여자 아이도 자신의 성으로 인한 특수한 요구가 교육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배려를 받는 환경을 만들어서, 성별이 무엇이든 자신의 잠재력을 내보이고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것이에요. 그런 목표를 가지고 현실을 보았을 때 여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이기 때문에 겪는 특수한 문제가 있고, 그래서 그 문제를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거죠. Q 여성주의적 시각이 많이 담길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A 맞아요. 젠더라는 관점에서 민감하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지원이 아니라 낙인을 줄 수 있어요. 아무 고민 없이 사업을 한다면 임신한 여자 청소년에게 지원해주겠다고 몇 시까지 마을 보건소에 오라고 해서 아이들을 어느 방에 모으겠죠. 생각해보세요. 누군가 임신을 했으면 남자와 여자의 일인데 왜 여자 아이만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나요? 혹은 임신하지 않았어도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자 아이만 성교육을 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임신이 여자 아이의 책임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말해주는 것과 같아요. 젠더적인 관점을 더 가진다면 성교육에 남자 아이들을 참여시킬 거예요. 교사들도 참여시킬 테고, 닫힌 방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의 일임을 상징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하겠죠. 여자 아이들도 원치 않은 임신을 피하는 방법만 배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이 왜 자신의 권리인지도 배워야 하고, 지역사회 어른들, 교사들도 ‘어떻게 여자 아이들을 돕느냐’가 아니라 ‘나는 여성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죠. 여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위생 시설이나 생리대를 제공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것과 동시에 여자 아이들을 힘들게 했던 젠더 규범을 바꾸는 것까지 함께 해야죠. Q 한 달 전쯤 스쿨미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서아프리카 지역 직원들과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A 라이베리아에서 온 테레사 세사이란 교육 자문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라이베리아는 2003년까지 10년 넘게 내전을 겪었어요. 그 당시 학교 선생님이었다며 그때 경험을 들려주면서 한 말이었어요. “여자 아이들이 학업에 대한 의욕이 낮다고 함부로 단정해서 말하지 말라. 내전 기간 동안에 모두가 학교를 떠날 때 그곳을 지킨 건 나와 같은 평교사들이었다. 우리가 그때 한 일은 다른 게 아니라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같이 있어준 거다.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학교가 안전하고 하나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아이들은 학교에 왔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거다. 아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 그 이야기가 계속 제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학교에 가지 못할 이유는 많지만 그럼에도 학교가 가고 싶은 곳이고 배우는 게 즐겁다면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아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제가 할 일은 그곳 직원들과 선생님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의 프리퀄을 찾아 나선 유학 길 Q 인터넷서점 MD로 일하다 빈곤과 불평등을 공부하러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도서 MD로 일하면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책을 많이 읽었어요. 2000년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고 저도 많이 읽었죠. 정석대로 공부를 했으면 빈곤의 원인과 역사를 배우면서 그것의 결과로서 대책을 배웠을 텐데, 저는 그때 그때 나오는 책을 읽다 보니 무하마드 유누스의 소액대출 같은 해결책을 먼저 접하게 되었어요. 그런 책을 한참 읽다 보니 ‘그런데 대체 왜 빈곤한 거야?’라는 질문에 부딪히더라고요. 순서대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마치 스타워즈를 4편부터 보면서 ‘이 캐릭터는 어디에서 나온 거지?’ 싶었던 거죠. 빈곤이나 불평등에 대한 대책은 그저 기술적인 대책이 아니라 그 대책을 내놓은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철학이 전제로 깔린 사회과학이에요.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니 혼란스러웠고 1편부터 보고 싶어서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거죠. 그래서 기왕 처음부터 공부할 거, 정말 기초, 프리퀄에 해당하는 것부터 보고 싶어서 ‘빈곤과 불평등’을 전공으로 택했어요. 빈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빈곤을 측정하는 방법, 거기에 대응하는 정책 등 결론도 매우 달라질 거니까요. Q 장 지글러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 같은 책이 한때 많은 관심을 모았죠. 전직 인터넷서점 MD이자 빈곤과 불평등을 공부한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으로서 국제개발이나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A 장 지글러의 책은 이미 많이들 보셨을 테고 저는 ‘사당동 더하기 25’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한국의 빈곤에 관한 책이에요. 사회학자인 저자가 한 가족을 20년 넘게 추적해요. 달동네에 살던 사람이 20~30년을 거치면서 빈곤을 탈출하는지를 보는 거죠. 신자유주의라고 보든 무엇이라고 보든 빈곤을 만드는 체계가 있을 거예요. 그런 체계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빈곤에 관심을 가진다면 기본적으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빈곤 문화는 없다’예요. ‘게을러서 빈곤한 게 아니다’를 보여주기 위해 20년을 쭉 연구한 거잖아요. 벗어나고자 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고, 이 사람들이 특별히 게을렀거나 무력했던 것이 아니라 실은 무력과 게으름도 빈곤의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주죠. 한국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며 보이는 것 Q 세이브더칠드런에 오고 난 뒤 엄마가 되었는데요, 엄마가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사실 입사 초기에 임신을 해서 세이브더칠드런에 있을 때는 늘 엄마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달라진 점을 꼽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이와 호흡을 맞추다 보니 시간을 멀리까지 내다 보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욕심이 많아서 무언가를 미루는 걸 잘 못했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사업 현장에 가서 2~3년 살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꼭 당장 하지 않고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 시니어 봉사단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Q 아이에게 배우는 점은 무엇인가요? A 보통 우리는 아이에게 결핍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 아이에게 뭐가 부족하니 우리가 도와야 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이 갖고 있는 회복력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를 보면 ‘쟤는 얼마나 힘들까?’하며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면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아이 안에는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힘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어요. 저희 딸이 보여준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회복력이었겠지만 그게 없었더라면 그런 믿음은 생기지 않았을 것 같아요. 딸은 조금 전에 슬펐어도 뒤돌아서면 웃거든요. 어른과는 전혀 다른 인류인 거예요. 또 예전에는 아이를 보면 아이만 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이 더 잘 보여요. 저도 아이 엄마이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우니까요. 부모와 가족, 교사가 보이고, 그 역할과 중요성을 깨달은 거죠. Q 인생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A 즉흥적인 선택으로 여기까지 와서 저는 즉흥에 집중하려고 해요. 나중에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통과해온 즉흥이 제 삶의 서사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쿨미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국제개발 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쭉 오래 일하고 싶어요. [릴레이 질문] 나에게 [ ] 란? Q 나에게 ‘스쿨미 캠페인’란? A 결국 겪어야 하는 모든 일. 여기서 실수나 오류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나에게 책이란? A 스마트폰. 스마트폰을 끼고 살듯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 하루를 시작할 때 일상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 Q 나에게 세이브더칠드런이란? A 재미가 있는 곳. 관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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