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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폐허에서 희망을 보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04-11 조회수 5871

지진 폐허에서 희망을 보다


“오늘은 아무래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1년 전 지진이 나기 전에도 이렇게 강풍이 불었어요.”
(수바스 라나, 세이브더칠드런 라수와 인프라구축 담당직원)


네팔 지진 1년.

취재 지원을 위해 지진 피해 복구 현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 그곳은 1년 전처럼 바람이 심했습니다. 새벽부터 불어 닥친 강풍은 숙소의 전기를 끊어 놓았습니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와 흙은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지요.


세이브더칠드런 라수와의 인프라구축 담당직원 수바스는 일정 취소를 권했습니다. 네팔 대지진을 생생하게 경험했던 수바스의 눈에는 긴장이 가득했습니다.


“일단 가봅시다. 만약 날씨가 좋지 않아 학생이 없으면 그냥 돌아오지요.”




지진 폐허, 라수와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아찔한 낭떠러지를 따라 여덟 시간. 우리는 라수와(Rasuwa)에 도착했습니다. 라수와는 2015년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지진이 할퀴고 간 산자락에는 아직도 맹수의 발톱자국 같은 산사태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워낙 외딴 산간지역인데다 지진 직후에는 길이 끊어져 지원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헬기 아니면 오갈 수도 없었죠.”
(라젠드라 툴라드하르, 세이브더칠드런 네팔 긴급구호현장 총책임자)


1년 전 이곳에서는 430명이 사망하고 753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목숨을 잃은 어린이도 154명에 이릅니다. 생활 터전도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라수와 지역의 마을 가운데 81.8%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네팔 대지진 피해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 역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총 101개의 학교 중 무려 98개가 무너졌습니다.






안전지대, TLC


세이브더칠드런은 라수와 어린이들이 지진 피해의 절망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교육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곳에서 총 25개의 임시학습센터(Temporary Learning Center, 이하TLC)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습공간 뿐 아니라 학습기자재 및 놀이기구 등을 갖춰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교사들에게는 ‘교육과 미술을 통한 아동심리치료(Healing through Education and Art Therapy, HEART)’ 기법 및 긴급재난상황에서의 교육법(Education in Emergency, EiE)에 대한 연수도 실시합니다.  


강풍이 심하게 불던 그날도 교실에는 아이들이 가득했습니다. 흙먼지가 불어 드는 건물 곳곳에는 동네 주민들까지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은 날은 불안해서 다들 학교에 나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이곳 TLC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주민들까지 이곳에 모인 거죠.”
(우드합 반디, 라수와 골중마을 TLC 교장)


TLC는 어린이들의 학습공간일 뿐 아니라 마을주민 모두가 믿고 의지하는 마을의 핵심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힐링캠프, 미니펀파크


지진 후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들의 정신적 충격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동친화공간(Child Friendly Space, 이하 CFS)을 마련했습니다. CFS는 장난감 등 놀이 기구를 구비한 간이천막입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을 때 근심 걱정을 잊기 마련이니까요. 이제 CFS는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보다 훨씬 재미있는 공간인 미니펀파크(Mini Fun Park)가 TLC마다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니펀파크에는 미끄럼틀, 그네, 시소, 철봉 등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TLC의 미니펀파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 중에는 1년 전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일곱 살 동갑내기 친구 비쉬뉫과 돌마는 이곳에서 밝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미니펀파크에서 그네와 시소를 탈 때가 가장 행복해요.”
(비쉬닛 따망)




3년의 약속


TLC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교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사용하는 노트와 필통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이 물품들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동절기키트(Winterization Kit)’와 ‘학생키트(Student Kit)’로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동절기키트’는 TLC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옷가지들입니다. 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TLC에서 춥지 않게 공부할 수 있도록 점퍼, 바지는 물론 양말과 신발, 털모자, 장갑까지 담았습니다. ‘학생키트’는 노트, 필기구 등으로 TLC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가방 한가득 제공됩니다. 미니펀파크에서 만난 돌마는 “필통을 가장 아낀다”며 두 손으로 필통을 꼭 쥐었습니다.



지진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어린이들은 여러분이 보낸 겨울옷을 입고 미니펀파크에서 뛰놀며 아픔을 치유합니다. 또 여러분의 마음이 담긴 학용품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내일의 꿈을 키워갑니다. 네팔 라수와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노력은 앞으로 2년 더 계속됩니다. 2년 후 비쉬뉫과 돌마의 더 밝은 웃음을 기대합니다.





라수와(네팔)=김면중(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라수와(네팔)=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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