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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각장애인과 나눈 필담, 힘들 때 꺼내봤죠”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07-07 조회수 5941


“한 청각장애인과 나눈 필담, 힘들 때 꺼내봤죠”


― 유제정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부 모금팀 필드리더


서울 양지병원 1층, 실내인데 푹푹 쪘습니다. 에어컨은 2층부터 켠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1분이면 돼요.” 그 한쪽 구석 세이브더칠드런 부스, 홀로 선 유제정(27) 중부지부 모금팀 필드리더가 손으론 연신 ‘아프지마, 뚜뚜’ 캠페인 자료를 가르킵니다. 사람들은 대게 부스를 등진 채 엘리베이터로 직행합니다. 그때 20대 청년 한 명, 멈췄습니다. 유 필드리더는 눈빛으로 초대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혹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몇 초에 한명씩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는지 아세요?” 청년, 후원을 고심합니다. “아이 생일 맞을 때까지만 후원해 주셔도 돼요.” 청년은 “생각해 보겠다”며 자리를 뜨는데, 유 필드리더는 “고맙다”며 미소 짓습니다.
 실내는 그래도 양반입니다. 여름, 겨울 밖은 매섭습니다. 출퇴근만 6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강원도까지 중부지역을 누빕니다. 유 필드리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재밌어요. 월요병이 없다니까요.” 




지난해 우수사원으로 뽑혔는데 비법이 뭔가요?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해요. 눈을 마주치는 게 중요해요. 약간 철판을 깔아야 해요.(웃음) 저도 사람인지라 민망할 때 많아요. 2030 분들일 경우 질문을 하는 편이에요. 친밀감을 쌓는 거죠. 후원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요. 중장년층은 발걸음 잘 안 멈추고 질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럴 땐 결론부터 말해요. “한 달에 한번 아이들 도와주시는 거예요.” 어르신들은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 드려요. 가끔 살아온 이야기 하시는 거 듣죠. 아이랑 어른이랑 같이 올 때는 아이에게 말을 걸죠. “친구가 과자 한 번 아껴서 어려운 친구들 도와주겠어요?” 그러면 대부분 ‘네’ 그러는데 ‘아니오’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러면 당황스럽죠.(웃음)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의심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럴 때는 먼저 그런 걱정에 공감해줘요. ‘맞아요, 그 부분이 중요하죠’ 하면서. 그리고 설명하죠. “연차보고서나 홈페이지로 투명하게 알려드린다. 우리는 100년 거의 다 된 단체로 재정이 투명하고 종교나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서 활동한다. 1950년대엔 세이브더칠드런이 우리나라에 와서 구호활동을 벌였다.” 후원에 대해 생각 없다가 1~2분 대화하고 해주는 분들이 있어요. 사실 모르는 사람을 믿고 개인정보 다 주는 거잖아요. 정말 감사하죠. 대한민국에 좋은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람을 느낄 때는?


신입 때 천안역에서 한 청각장애인에게 캠페인을 설명하게 됐어요. 필담을 나눴죠. ‘결연하고 싶다, 내가 사랑과 지원을 받고 자랐다. 나도 다른 아이들을 돕고 싶다.’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그 종이를 한동안 가지고 다니며 힘들 때 꺼내보곤 했어요.
 최근에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고 제가 작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이번에 우수사원으로 뽑혀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홍등가 사업 현장에 가게 됐는데 그 곳 분들이 “펀딩해줘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어요. 전문 인력들이 체계적으로 사명감 가지고 일하고 있었어요.  3~5살 아이들 돌봐주는 보육원도 만들고 15~16살 아이들 성매매에 내몰리지 않고 학교 다닐 수 있도록 ‘세이프홈’ 만들어 보호했어요. 애들이 정말 밝고 순수해요. 어떤 아이는 제 손에 사탕 10개를 쥐어줬죠. ‘후원이 있으니까 이런 사업을 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언제 힘든가요?


나는 이렇게 계속 외치는데 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고독해요. 직장인 많은 곳, 퇴근이나 점심시간, 아무도 설명 안 들어주고 지나가면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애들이나 돕지.”라며 시비를 걸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면 “국내 후원도 가능하니 동참해주세요.”라고 해요. 고속터미널 9호선에서 우루루 사람들이 몰려나올 때는 현기증이 나요. 힘들 때는 동료랑 파이팅을 하거나 “천사분이 올 거야.”라고 서로 말해줘요. 또 그럴 때는 간식, 당 섭취가 중요하죠.(웃음)


지루하지 않을 거 같아요.


사무실에서 지루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저희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얼굴이기 때문에 핸드폰을 많이 보거나 책을 읽고 있으면 안 돼요. 사방을 둘러보며 집중해야 해요.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요?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KCOC단원으로 베트남 적십자병원에서 일 년 간 자원봉사 했어요. 그때 NGO에 눈 떴죠. 베트남에서 딴 베트남어 수료증도 활용하고 싶어 세이브더칠드런 다문화 지원 사업인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모금팀 채용 공고가 나 지원했습니다. 2014년 3월부터 일했는데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됐죠.


꿈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희망과 변화, 행복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웃음)


·사진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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