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한 시작? 시작!'…'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가 남긴 것
전세계 난민 600만 명. 전쟁과 자연 재해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난 사람의 수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인도주의 지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UN의 구호자금은 매년 18조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6년 째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를 돕기 위해 올해 2월에도 세계 각국이 테이블에 모였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1/6 수준입니다.
구호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인도적 지원을 통한 효율적 분배 방안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5월, UN은 또다시 ‘제 1회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가 열렸습니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25개국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의 갈등 예방과 종식, 인도적 위기에 처한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 여성과 난민 이슈, 다양한 인도적 지원 방법 및 투자 등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다양한 핵심사안이 논의됐습니다.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가 남긴 것은 무엇이고, 한국의 인도적 지원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지난 9월 8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주관하고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후원,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의 협력으로 열린 ‘2016년 인도적 지원 정책 포럼’입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 변화를 위한 시작?’을 주제로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에서 합의한 주요 공약과 논의 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인도적 지원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과 제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 지역 사업운영을 총괄하는 카이난 휴턴 총괄디렉터가 참석해 ‘취약계층으로서의 아동’을 주제로 발표를 맡아 주었습니다.
휴턴 디렉터는 “자연재해 피해 인구의 60%, 전세계 난민의 절반이 아동이며 2억 5,000만 명의 아동이 분쟁 피해 지역에 살고 있다”며 “일방적인 인도적 지원보다 아동의 성장 발달에 장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재난의 양상이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아동의 인도적 지원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재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5가지를 묻는 질문에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아동의 99%가 ‘교육’을 꼽았다”며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에게는 무엇보다 교육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 한명의 아동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에 중점을 두고 생존(Survive), 교육(Learn), 보호(Be Protected)를 전면에 내세운 세이브더칠드런의 새 캠페인 ‘에브리 라스트 차일드(Every Last Child)’를 기반으로 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의 아동 지원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휴턴 디렉터는 이어 한국 정부를 포함한 인도적 지원의 다양한 행위자들에게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의 아동보호 및 교육권 보호를 위한 제언을 덧붙였습니다.
또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이번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에서 강조한대로 난민을 포함한 강제이주민 아동에 대한 교육 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포괄적인 아동 보호 활동을 펼치는 한편, 후원자, UN기구, 시민사회와 협력해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 보호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럼에는 마사키 와타베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일본 고베 사무소 대표, 판시 툰 데인 미얀마 NGO 대표, 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 한비야 이화여대 초빙교수, 손성연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 과장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국제사회가 당면한 인도주의적 위기와 도전과제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인도적 지원 발전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특히 정부가 향후 5년간 2억 달러(약 2,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했던 여태까지의 지원과 달리 학교 바깥에서의 지원까지 아우르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분쟁지역 내 소녀를 위한 지원 계획이 미흡하다는 점과 인프라 구축에 지나치게 치우친 정책 방향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유엔 창설 71년만에 처음 열린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 변화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을까요? 당장의 구호기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도 정부와 시민사회, NGO 단체, 전문가가 힘을 모아 인도적 지원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이나미 (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