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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남들의 글쓰기, 새로운 영역의 나눔으로 - 기빙클럽 <내리리 십오번지> 인터뷰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10-13 조회수 11445

[후원자 이야기 6]
 


평범한 직장남들의 글쓰기, 새로운 영역의 나눔으로


― 기빙클럽 <내리리 십오번지> 인터뷰



 

가내수공업 정신의 독립출판, 세이브더칠드런의 기빙클럽이 되다! 

대학 선후배 3인방, 문집을 제작·판매한 수익금 전액기부, 총 300부 완판 


“연간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간행물 『내리리 십오번지』를 순수자비로 제작, 유통, 판매하여 세계 아동의 권리실현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해째 문집을 제작,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세이브더칠드런 기빙클럽 멤버가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되는 연간간행물 『내리리 십오번지』사람들을 대구의 북카페에서 만났습니다. 등단하지 않은 아마추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이곳. 시, 소설, 에세이, 비평, 시나리오 등 장르 구분 없고, 글쓰기에 대해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오라는 문예지 독립출판모임(www.naeriri15.net). 
원고뿐 아니라 삽화, 디자인까지 모두 제작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원고를 보내준 이들에게 해당 간행물도 무료발송 해준다는 이곳. 

소설을 쓰는 이경민 후원자님, ‘뭔가 어려운 말을 쓴다’는 홍보부장 김상민 후원자님(사회복지사이기도 합니다), 이 모임의 CEO 겸 시를 쓰는 이동은 후원자님. 이젠 평범한 직장남이 된 국문학과 선후배 셋이 모여, 대학시절 같이 살던 집주소 ‘내리리 십오번지’를 독립출판사 이름이자 문예지 제호로 삼았습니다. 
각자 사는 도시가 달라도, 생업에 바빠도 한 해 한 권의 문집 출판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2015년에 첫 출간한 1호는 완판되어 품절상태, 대신 전자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2호도 올가을에 출판해 작년처럼 수익금을 세이브더칠드런에 전액기부 하겠다, 기염을 토합니다. 


▲ 편집회의를 하는 기빙클럽 <내리리 십오번지>. 2호에는 제작비가 늘어도 책날개를 넣을까, 종이재질은 뭘로 할까, 목차 구성은 어떻게 할까, 한참 열띤 토론이 펼쳐집니다.(왼쪽부터 이경민, 이동은, 김상민 후원자님) 



세이브더칠드런 기빙클럽 활동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원래 해외결연후원을 하고 있어서 알았어요. 오히려 우리끼리는 국내의 재활센터나 사회복지시설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거기 보낼까, 이런 의견이 나왔죠. 그래도 공식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을 통해서 해보자, 하다가 세이브더칠드런 기빙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시작했어요. 

작년에 문집 『내리리 십오번지』 1호의 수익금을 전액기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과정이 참 궁금해요.
세 명이 같이하다 보니 생각도 다르고,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가치를 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산문이나 시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실상 우리는 삶의 틀에 갇혀 있고,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강하지만 다 아마추어였죠. 그래서 이런 사람을 모아 같이 책을 내보자, 과연 될까? 그렇다면 문집 판매를 해보자, 동기부여도 되고 기부를 하게 되면 더욱 기쁠 거 같다, 이렇게 된 거죠. 

고등학생도 아닌데 웬 문집이냐, 이런 주위의 반응도 있었을 거 같아요.(웃음) 
그렇죠. 우리가 다 30대거든요. 한 분은 또 가정을 꾸리느라 바쁜 애아빠고요. 재작년에 ‘글 써보자, 우리.’ 누가 먼저 말해서, 그러면 뭔가 가치 있게 책으로 제대로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한 거죠. 그리고 300부를 찍어 완판됐어요. 물론 50부는 가족, 친구들한테 좋은 책이니 사라고 강매했지만(웃음), 그래도 250부는 우리 블로그를 통해 모르는 분들도 많이 사셨어요. 우리를 모르고 문집 사신 분들도 많다는 게 놀라웠죠. 2호엔 그런 분들이 더 늘어서 힘이 나요. 
사실 뭐 1호, 끝까지 읽은 사람, 없을 거예요. 100명 중 두세 명? 우리 집만 봐도 사위가 썼는데, 우리 장인어른도 안 읽으셨어요.(모두 웃음) 

1호, 즉 창간호 완판 기록, 놀라워요. 글쓰기가 기부 선물이 됐네요. 
판매할 때 여러 전략도 세웠지요. ‘문집 판매 수익금 기부할 것’이란 사실을 계속 강조했고, 기부 날짜도 일부러 크리스마스이브로 맞췄어요. 12월 24일,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에 기부하는 거죠. 산타가 선물 주는 날, 우리에게도, 책 사는 분들에게도, 그리고 특히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올해도 그날에 맞춰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할 거예요. 책 준비하면서 선물을 제대로 주고 싶다는 마음에 기분이 묘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만한 선물, 우리도 받아본 적 없어요. 아이들에게만 선물이 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선물이 된 문집이에요. 
그러면서 이 문집 일의 의미도 달라졌어요, 완전히. 작년엔 300부였지만, 올해는 500부, 내년엔 1천부… 2천부. 상업적 출판과는 다른 맥락이니까, 출판과 동시에 완판하고, 계속 기부도 하고 싶어요. 



직장인들이 글을 쓰고, 또 문집까지 만드는 건 쉬운 게 아니죠. 그 일로 기부까지 한 것은 더 놀랍고요.
모두 국문학과 출신인데, 나이 들고 일상에 매몰되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게 표출되는 환경은 아니었죠. 문집 내자 할 때, 처음 주변 사람들 반응은 ‘너, 글 쓰는 사람 아니잖아.’였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다 긍정적이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공신력 있는 기관이고, 그래서 우리 문집을 판매할 때도, ‘안 읽어도 좋은 뜻이니 사겠다, 돕겠다’란 주변 반응이 컸고요. 
우리가 기부하는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 자료도 많이 찾아봤는데, 나중에 우리집 애들은 캠페인 노래도 많이 따라 불렀어요. 살아 있는 가정교육이죠. 물론 아내는 별 관심 없고, 우리 문집도 안 읽었지만.(모두 웃음)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 편집기획 작업이 수월하진 않겠어요. 편집회의는 어떻게? 
셋이 제대로 못 만나요. 한 명은 학원강사로 야간수업 하지, 한 명은 직장인이고 이것저것 혼자서 다하지, 또 한 명은 사회복지사인데 격일근무고. 포항, 경산, 대구 이렇게 지역도 다르고요. 대구교대 앞 집결, 점심 1시간 밥 먹으면서 회의한다든지. 그래도 위대한 SNS의 힘을 빌려 주로 카카오톡(이하 카톡)으로 회의해요. 한 명은 원체 말이 없어 뭐 회의할 때도 몇 마디 안 하지만. ‘아, 네, 음….’ 요 정도?(모두 웃음)
편집방향에 대한 생각도 제각각일 때가 많지만, 지금 잘 되고 있다는 생각도 있어요. 물론 추진력 있는 경민 씨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죠. 
 
1호에 지인 작품 등 많은 글이 실렸는데, 특히 인상적으로 회자되는 작품이 있다면? 
제일 인상 깊은 작품요? 경민 씨가 쓴 「동방신기의 서」란 소설요. 서로 글을 보여주는데 마지막 편집작업 때 읽다가 집어던졌어요.(모두 웃음) 이게 뭐야, 이질적이야, 막 그러고. 지금 1호의 109쪽에 실려 있는 소설이죠. 여기까지 읽는 사람도 잘 없어요. 태반이 컵라면 받침대, 마우스패드 이런 걸로나 쓸지도 모르는데, 이 작품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모두 웃음) 하여튼 그런 독특한 작품이 끼어 있다는 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올해는 2호 원고마감 거의 했어요. 1년 사이, 글이 많아졌어요. 다들 자기 글에 대한 애정폭발도 크고요. 확실히 이번에 2호 준비하면서 느낀 건, 작년 1호에 비해 글 쓰는 사람들 참여가 더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다는 거요. 

문집 만들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은? 
인쇄소를 찾아가고, 모르는 사람과도 만나면서 하는 일이 생기게 된 거죠. 긴장되고 낯가리기도 하지만, 또 같이하는 것 자체가 좋아요. 이 일이 정말 활력이 됐고요. 
1호 마감하고 같이 뒤풀이했어요. 모여서 대게 한 박스 사서 먹으면서 서로 수고했다고 하고. 의견이 다 다르고, 좀 천천히 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열정의 온도차 때문에 화난 적도 있었죠. 하지만 또 그래서 좋은 결과도 나왔다고 생각해요. 
 

  『내리리 십오번지』1호를 들고 편집회의를 마친 후 활짝 웃는 출판모임. 

“친구랑 카톡 하다가, ‘그냥 산다. 이건 아닌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산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눈도 달라지고 마음가짐도 달라졌습니다.” 


“직장생활 5년이 넘자 지쳤죠. 일 그만두고 글만 쓰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어요. 1호 만들면서 너무 재밌어서 이제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정서적 여유도 찾게 됐고요. 더 바빠지긴 했지만 이 문집 덕을 본 거죠. 이런 (기빙클럽) 일을 하면서 고민도 많지만, 무엇보다 가치가 변하는 경험을 했습니다.”(이경민 후원자님) 

“전 학원강사라서 입시위주로 강의를 해요. 그런데 다양한 글을 쓰고 일을 하면서, 모든 게 더 좋아지는 상황이 됐어요. 바로 이 문집을 만들면서요. 책도 다시 많이 읽게 되고, 마음가짐도 바뀌었지요. 많은 작품을 대하면서 눈도 달라지고 넓어졌습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치유가 된 거죠.”(이동은 후원자님) 

“저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하는데, 글을 쓰고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장애인들의 삶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어요. 전에는 일하면서 지쳐서 그분들과 같이 다운되고 그랬는데 말이죠. 또 직장에서 존재감이라곤 없었는데(웃음), 책을 내니까 직장에서 글 쓸 일 있으면 제게 맡기고 이런 (기부)일도 해? 관심도 가지시네요.”(김상민 후원자님) 


‘내 인생의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대학 땐 한 권 한 권이 다 인생의 책이었죠. 어느 순간부턴가 그 감성이 안 생겨요. 지금은 우리가 같이 만드는 이 책이 진정한 ‘인생의 책’이 됐네요. 
문집 일 때문에 교수님을 찾아뵙는데, ‘자네는 어떻게 지내냐?’ 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한 말이 ‘합법적으로 이중생활 하는 기분입니다.’였어요. 사실 살면서 지금 일을 계속해야 하나, 누구나 고민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일상에 지쳤을 때 탈출구가 되어준 게 이 문집 작업이에요. 


글쓰기와 기부가 닮은 점이 있다면? 
바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 그리고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기부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마음을 받고,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 가는 걸 거예요.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우린 누군가의 글을 보고 평가도 하고 자신의 글을 생각해보죠. 
글쓰기와 기부, 두 가지 다 관점과 시야가 확대되는 경험이에요. 또한 자기내면을 보는 것이죠. 우리가 문집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두 가지의 결합이잖아요. 그래서 글을 쓰고, 기부하고. 이 형태는 지키려고요.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을 이어가실지 궁금해요. 사실 후원금만 내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인데, 기빙클럽 활동은 때로 벅차지 않나요? 
우리 블로그 댓글을 보면, ‘나도 글을 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아요. 그걸 보면, ‘아. 우리는 이미 호랑이 등에 타버렸구나. 이 정도 판을 벌였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구나.’ 깨닫게 됐어요. 
3년. 최초의 약속이었어요. 3년 후에 우리는 달라져 있을 거다, 변화를 만들 거다, 하는. 그 약속 때문에 잠을 못 잔 적도 있어요. 작년에 책 내고 올해에 그만둘 수는 없어요. 장작불이 조용히 타오르듯, 계속 우리는 글을 쓸 거고, 우리의 약속을 없던 일처럼 만들진 않을 거예요. 후원금만 내는 것도 괜찮지만, 우리처럼 작은 활동이 주변에 도움도 되고, 사는 재미도 주거든요. 

우리 후원자님들도 3, 40대가 많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30대가 넘자 지인들, 특히 주변 30대 총각들이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가 ‘사는 게 재미 없다.’입니다. 대부분 직장생활 하는 분들은 다짐하죠. ‘이건 아니야, 20대의 꿈과 다른 삶을 지금 내가 살고 있어. 꿈을 다시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더 나이 들면 진짜 다른 일을 할 거야.’라고요. 우리도 정말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조금은 달라졌어요. 우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재밌어요. 글이 작년과는 확 달라지는 재미도 쏠쏠해요. 주변 사람들이 너희 대단하다, 글도 쓰고, 기부도 한다고 놀라워해요. 다른 분들도 작지만 이런 경험,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1호 표지는 오랜만에 내리리를 찾아가 난간에 매달려 고생하며 찍은 사진으로 디자인 작업을 했습니다. 2015년 10월, <내리리 십오번지> 출판사 정식등록을 기념하며 이들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활동 첫 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2호를 준비합니다. 

 



옆방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밤에 지친 몸으로 향수에 젖어 노래하고, 대학생 셋이 밥 해먹고 살던 이들의 자취집이 있던 작고 허름한 동네, 내리리, 그 시절의 다짐을 생각하며 이들은 30대 중반 이후 다시 글을 씁니다. 생각을 다듬고 삶의 무늬를 그려내고, 사람들의 결을 돌아봅니다. 또 기부하고 끝이 아니라, 모여서 뭔가를 하고 그 활동이 기부도 되는 지금, ‘우리는 즐겁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건조한 일상을 견뎌내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신의 옆을 돌아보고 나누고, 그래서 자신의 삶에도 멋진 변화가 생겼다고 눈을 빛냅니다. 


이선희(후원관리부) 


 ▶ 기빙클럽 보러가기 : http://bit.ly/1wT6T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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