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통로가 된 ‘특별한 집’ 이야기―안산신나는그룹홈 조현희 원장 인터뷰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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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11-03 조회수 8243 | |
[현장이야기 4] 빛의 통로가 된 ‘특별한 집’ 이야기 ―안산신나는그룹홈 조현희 원장 인터뷰 “이건 아이들 인생으로 보면,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명 중 한 명은 아동학대와 폭력, 유기라는 엄청난 사고를 겪고 있어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고인 거예요. 하지만 특별한 삶을 사는 애들로 여기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대단한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이 아이들은 살려고 악착같이 애쓰고, 이렇게 해달라고 하고 매일매일 정말 열심히 삽니다.” 경기도 안산, 도시의 풍경 사이를 구불거리며 4호선 전철이 내달립니다. 이곳 어딘가 아동학대로부터 잠시 몸을 피해 사는 아이들이 모인 ‘집’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길까 주소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세이브더칠드런이 위탁운영하는 ‘안산신나는그룹홈’으로 가는 길입니다. 안산신나는그룹홈의 조현희 원장은 이곳을 “응급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일시보호시설”이라고 말합니다. 2010년 세이브더칠드런이 후원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아동학대 피해아동을 위해 세운 곳으로, 2015년에 27명, 2016년에는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월평균으로 치면 6~11명의 여자아이들이 생활합니다. 왜 집을 떠나 이 아이들은 여기서 낯선 이들과 살아야 할까요? 2015년 우리나라 전체 아동학대 신고 19,208건,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아동보호전문기관 5곳)에 들어온 아동학대 신고 2,473건, 그중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건수만 1,518건입니다. 매년 증가추세입니다. 이곳은 일시, 중단기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돕는 공동생활가정이자, 가정으로 돌아갈지, 다른 보호시설로 옮길지 준비하는 ‘중간 집’입니다. 지금 우리의 세상에는 이런 집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조현희 원장. 아이들이 학교 갔을 때 주로 밀린 행정처리를 합니다. 그룹홈은 정말 특이한 형태의 ‘공동가정’이네요. 이전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쉼터 형태였지만, 2015년 아동학대특례법이 생기면서 ‘학대피해아동쉼터’라는 정체성이 확실해지고, 역할과 기능도 점점 정리가 되는 중이에요. 생활공간이라 원장, 심리치료사, 보육사가 같이 생활하며 일하고 있고, 보통 48시간 교대근무를 해요.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일인 거죠. 최근에는 어떤 아이들이 오고 있나요? 어떻게 지내나요? 올해만 보면 아이들이 더 많이 오고 있어요. 밀려온다고 말할 정도로. 즉,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 외상을 입은 학대피해 아이들이 많지요. 또한 유기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고아가 아니라 버림받은 아이들이에요. 한편으로는 이제 학대상황이 많이 발굴된다는 거고요. 그래서 여기는 집이면서 동시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응급조치’를 제공하고, 또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할 ‘생활공간’ 역할을 겸해야 해요. 그래서 아이들 침실, 거실 말고도 놀이치료실, 학습공간도 내부에 꾸려져 있어요. 심리치료, 놀이치료, 문화행사 참여, 의료와 학습지원을 할 수 있게요.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정서적인 부분을 위해 생일잔치도 하고, 동네공원 산책도 가고, 미술활동, 물감놀이, 찰흙놀이 같은 공동활동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안산신나는그룹홈에는 지금 어떤 상황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나요? 현재 우리 그룹홈엔 6살부터 16살까지 8명이 지내고 있어요. 보통 영유아에서 19살 아이까지 들어올 수 있는데, 3개월 정도 지나면 조금씩 아이들이 안정되기 시작해요. 수면장애 없이 잠도 자고, 편식이나 폭식 없이 잘 먹고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심리적인 상처에 시달리거든요.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죄책감을 가져요. 대개 6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원래 가정으로 돌아갈지, 장기생활시설(장기그룹홈)로 갈지, 친척집에 갈지 자신이 갈 자리를 찾게 돼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드문 경우, 1년 가까이 여기서 지내기도 해요. ▲ 그룹홈 내의 놀이치료실과 침실. 놀이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 억눌렀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을 위해 맘껏 놀 수 있게, 또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돕습니다. ■ 사례 하나_미연(가명, 11살) 이야기 학대유형: 신체학대, 정서학대 학대자: 친부 신고내용: 201*년 신체·정서학대 및 심각한 영양결핍으로, 분리보호 후 원가정 복귀. 4년 후 아동학대로 재신고되어 그룹홈 재입소. 그룹홈 보호기간: 11개월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그룹홈에서 지내면서 정상적 신체발달을 함. 그룹홈에서도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보육교사들의 공평한 돌봄으로 애착에 대해 안정감을 갖게 되고, 어른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 회복함. 친부와 가족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혼란스러워 했으나, 현재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장기그룹홈으로 옮겨 잘 지내고 있음. ■ 사례 둘_영주(가명, 5살) 이야기 학대유형: 방임, 성학대 신고내용: 방임과 성학대로 신고. 당시 발달지연 심각. 그룹홈 보호기간: 16개월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그룹홈에서 놀이치료, 미술치료 병행하면서 어린이집에 다님. 입소 3개월 이후부터 건강과 인지정서 발달 보임. 6개월 지나자 정상발달에 가까워지고 글자해독, 언어소통과 표현, 창의적 활동, 집중력 좋아짐. 임시조치는 이번에 종료 예정, 이후 장기그룹홈 입소조치 예정.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많을 것 같아요. 가끔은 아이들끼리 싸우거나 서로 갈등이 생긴다든지, 매일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나죠.(웃음) 왜 동생들만 이뻐하고 잘해주나, 교사들이 애정을 나눠주는 걸 못 견디는 아이도 있고요. 여기 들어와 3개월 지나 몸이 어느 정도 편해지면, 오히려 그때를 기점으로 분노, 우울, 반항, 품행장애 등 다양한 마음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해요. 이걸 ‘증상이 올라온다’고 우리는 말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정서적 안정도 되지만 이후 또 문제가 있는 환경 속에 다시 들어가면 어려워지겠죠. 이 일은 매일매일 학대받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봐야 하는 일이기도 해요. 이건 아이들 인생으로 보면,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명 중 한 명은 아동학대와 폭력, 유기라는 엄청난 사고를 겪고 있어요. 정말 교통사고처럼 자신한테 닥친 일인 거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고인 거예요. 그런 아이들에게 이곳에서의 생활경험을 통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내가 할 수 있구나, 괜찮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거예요. 이런 보호와 치료의 장면들이 여기서 이뤄지니 대단한 거죠. 이전엔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좌절했던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작은 성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 사례 셋_지연(가명, 14살) 이야기 학대유형: 방임, 성학대 신고내용: 심각한 방임과 성학대로 분리보호조치. 그룹홈 보호기간: 6개월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에 대한 상처, 애착을 형성했던 친척 사망 후의 상실감이 컸음. 자신에게 가족이 없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지만, 현재는 조금씩 가족과 마주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있음. ■ 사례 넷_수민(가명) 이야기 학대유형: 방임, 신체학대, 정서학대 신고내용: 부모가 아동을 방치해 분리보호, 가정복귀 후 6개월 후 신체, 정서학대, 방임 등 재학대 발생해 재입소함. 그룹홈 보호기간: 6개월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낮은 자존감, 자기비하, 위축, 불안정 경향을 보이면서 아동의 장애등록을 친모에게 권유, 진행예정. ■ 사례 다섯_수희·수현 자매(가명, 7·9살) 이야기 학대유형: 신체학대, 정서학대 그룹홈 보호기간: 9개월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으나, 미술치료와 놀이치료를 집중진행. 이후 또래관계 확대, 학습활동 등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뒤 많이 안정됨. 이후 장기그룹홈으로 이동. ▲ 다른 친구들과 방을 나눠 쓰지만, 사물함은 오직 ‘나만의 공간’입니다. 공동생활의 불편함도 있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서로 섞이며 살아갑니다. 그룹홈은 다른 아동보호시설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요? 그룹홈은 무엇보다도 단기적인 생활공간이라, 아이들 생활습관부터 아동상담까지 여러 일을 동시적으로 해야 해요. 예측불가능한 일도 무수히 일어나죠. 또 일시보호시설이다 보니 언제 누가 오고, 누가 나갈지 몰라요. 급할 때는 며칠 전에 알게 되고, 혹은 당일 급하게 아이가 들어온다든지, 아주 역동적이죠.(웃음) 아이들 또한 이렇게 변화가 많으니 그때마다 사용하는 방도, 서로의 관계도 탐색해야 해요. 있는 애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 들어오는 애들은 여기서 자기 자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죠. 또한 최근 아동에 대한 중복학대가 많아지면서 신체나 성학대, 방임이 동시에 가해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일수록 그룹홈에서 우선적으로 돌봐줄 부분이 많아요.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해야 하고요. ▲ 그룹홈 원장님, 심리치료사, 미술치료 자원봉사 선생님, 보육사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지금 누가 이래서 속상해한다, 누구에겐 이 부분을 우리가 좀 처리해줘야겠다 등등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상세한 상담과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입니다. 최근에 기뻤거나 보람 있던 일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심리적 피로도가 큰 만큼, 모순되게도 어려움을 겪어내며 크는 아이들을 보는 보람도 그만큼 쏠쏠합니다. 바로 그게, 힘들지만 이 일을 하게 하는 힘이죠. 우리 그룹홈에서 11개월 가까이 지낸 아이 중에 심한 영양결핍에 신체학대까지 당하다 온 아이가 있어요. 그런데 퇴소할 때 키가 부쩍 크고, 체중도 늘어 제 또래만큼 정상적인 신체발육이 됐어요. 그만큼 아이들은 ‘돌봄’이 있으면 잘 자라요. 물론 여전히 학교에서나 그룹홈에서 관계맺기엔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점차 나아지면서 수학도 1등 하고, 자존감도 생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아이가 가지게 됐어요.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달라져야 내가 집에 갈 수 있다’고 당당히 제 생각을 밝혔고요. 지금은 장기그룹홈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아이의 변화가능성을 우리가 직접 지켜본 것이 참 기뻤습니다. 이렇게 환경이 바뀌면 바로 날이 다르게 좋아지는 아이들, 고통을 견뎌내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 우리가, 그룹홈이, 조금은 아이들 인생에 힘이 됐구나, 하는 거죠. 누군가 옆에 있어줘야 할 아이들 옆에, 어디 오라는 사람 없는 이런 아이들 옆에 우리가, 자원봉사자가 있다는 것, 필요한 어른들이 조금은 존재한다는 것, 이게 최고의 보람입니다. 앞으로 더 보완될 점이 있다면요? 사실 아직도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에 대해 사회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생각해요. 예전과 비교해 인식과 제도, 법적 대책이 좋아지고는 있지만요.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가족이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해요.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죠. 이걸 어린 아이들이 겪어요. 무엇보다 아동학대 신고 이후 대책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야겠죠. 안전한 공간이 과연 이 사회에 존재하냐?라는 건데, 학대피해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대책이 부족한 경우가 되면 안 되겠죠. 사회라는 공동체, 믿을 만한 어른들이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늘 자문해요. 아이들은 죽도록 맞고도 내 잘못이야, 생각하는 존재예요. 자신을 때리고, 버린 어른들인데도 제 잘못이라고, 자기가 나빠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슬퍼하고 아파해요. 여기 들어와서도 교사들한테 ‘당신도 날 떠날 거잖아, 날 버릴 거잖아, 날 때릴 거잖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격렬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꽤 목격해요. 우리도 인간인지라 그런 부분에 상처받아요. 그래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똑같이 대해야 하는 거죠. 즉, 우리 아이들의 삶에는 무엇보다 ‘일상성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 신학기를 맞아 아이들 옷과 신발을 구입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경험이 적어, 물건을 고르고 살 기회를 주어 자존감을 높이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왼쪽). 그룹홈에서 살다가 이제 떠나는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남긴 쪽지. “여기 있으면서 행복했어요!”(오른쪽).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참 대단한 아이들입니다. 사실 너무 치명적인 외상을 애들이 입었어요. 이런 상처는 아무리 몇 달, 몇 년 치유프로그램을 받아도 거의 평생 간다고 봐야 합니다. 아기 때 엄마의 돌봄이 정상적이지 않고, 학대와 폭력을 당해서 정상적인 발달을 못한 거예요. 정서불안, 우울, 경계성 지능, 장애판정, 발달지연…. 평생 살아가면서 인생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그룹홈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잠시 뭘 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비록 진짜 엄마가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어른들 중에도 너희를 떠나가 버리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알려주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이 상황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중점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그 거세고 귀한 생명력을 돕는 거죠. 작은 것이지만 힘이 될 기억, 손길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집보다 여기가 안전하다는 걸 알아요. 작은 힘이지만 아이들 인생, 그리고 생명과 연관된 곳이 바로 이곳, 그룹홈입니다. 관리도 어려운 이런 아동보호시설을 세이브더칠드런이 여러 어려움에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은 후원자님들의 도움 덕택이고요. ▲ 같이 공원 산책도 하고, 그림도 그립니다. 물감놀이나 찰흙놀이는 쪼그라들고 빛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 다시 당당하고 따뜻한 햇살이 들게 하는 과정입니다. 자신과 닮은 서로의 모습을 토닥이며 아이들은 함께 자랍니다. 이렇게 서로 손을 잡은 채. 작고 작은 몸집으로 이 거대한 세상을, 우주 속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집과 가족을 잠깐이든, 오랫동안이든 각자의 사정으로 떠나야 했고, 새롭게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배우고 먹을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중의 집 하나가 세이브더칠드런과 후원자님들이 같이 마련한 ‘그룹홈’입니다.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후원자님들은, 이 아이들에게 빛의 통로가 되는 집을, 공동의 새로운 집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비록 아이들도, 우리도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우리는 삶을 나눈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나눈 것입니다. 글 이선희(후원관리부) 사진 안산신나는그룹홈,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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