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문제, 그게 잘 풀리는 게 올해 제 소원이에요.”―안산신나는그룹홈 아이들 인터뷰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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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2-23 조회수 6808 | |
[현장이야기 5] “가족문제, 그게 잘 풀리는 게 올해 제 소원이에요.” ―안산신나는그룹홈 아이들 인터뷰 작년 겨울, 안산 어느 환한 집의 벨이 울렸습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소녀가 어른을 뒤따라 들어섭니다. 처음 온 곳, 어색하고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소녀는 얼마간 이곳에서 살고, 학교에 다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합니다. 이곳은 가정폭력이나 여러 종류의 아동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지내는 일시생활시설, 바로 ‘그룹홈’입니다. 2016년 한 해, 안산신나는그룹홈에서만 총 37명의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세이브더칠드런 그룹홈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만약 누군가 말을 건넨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궁금했습니다. 봄의 초입, 아이들은 조심스레 청한 이 만남에 고맙게도 동의해주었습니다. ▲ “적응하느라 힘들고 죽고 싶었는데... 힘을 얻었지. 그룹홈에서 있었던 지 벌써 153일... 정말 오래 있었다... 나는 화성에 가서도 여기에 있었던 대로 당당하고 떳떳하게 지낼 것이다. 이런 걸 느끼고 나니 두려울 게 없어서 좋다. 느끼게 해주신 그룹홈 샘들께 감사하다.” -153일 넘게 그룹홈에 머물다가 떠난 아이가 남긴 글 만나서 반가워요. 다들 웃으니 좋네요. 언제 그룹홈에 왔는지, 또 처음엔 어땠나요? (수미) 이제 고1요. 작년 *월에 여기 왔어요. 처음 왔던 날, 그날이 엄마 생일이라 여기 들어오기 싫었어요. **는 접근금지라 안 되지만, 엄마랑 **는 제가 원할 때 만날 수 있어요. 좋아하는 과목은 뭐예요? 요즘 좋아하는 다른 것은? (수미) 체육! 그리고 여기 오면서 공부 제대로 하고 싶어졌어요. **가 날 무시하니까, 보란 듯이 잘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여기서 지내면서 좋았던 일, 그리고 힘들었던 일은? (수미) 여기서 다 같이 뭘 하거나 뭘 볼 때, 이런 때가 좋아요. 근데 학교가 너무 멀어 힘들어요. ▲ “거북셈 엄마에게. 저는 밤마다 무서워요. 깜깜하고. 오늘은 거북셈 엄마랑 함께 있는 날이내요... 그리고 우리가 잘 때 거북셈 엄마가 톡닥톡닥해주새요 저는 밤이 너무너무무서워요.안녕히 계세요. 사랑해요” 그리고 아이는 또 뒤에 덧붙여 씁니다. “꼭 이거 보고 답장 써어주세요, 감사해요. 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싫어하는 건 뭐예요? (수미) 성인 남자? 특히 술 취한 사람이 싫어요. 여기서 지내면서 스스로 변화된 점이 있는지? (수미) 아빠가 절 절대 학원에 안 보내줬거든요. 여기서는 학원 다닐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전 공부하고 싶어요. 여기 와서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거!(웃음)
심리치료도 이곳 심리치료사 선생님께 일주일에 한두 번 받는 걸로 아는데, 괜찮아요? (수미) 두 번 받아요. 속에 든 이야기 할 때 있잖아요, 울컥, 할 때가 있어서 좋아요. 가족사, 원래 전 말 안 했거든요. 근데 그 시간엔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 그룹홈에서 심리치료사 선생님과 함께한 수미. “가족사, 평소엔 절대 남에게 말 안 하는데,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조현희 원장님은 “수미는 여기 와서 애가 세졌어요. 가족한테도 ‘내가 갈 테니 준비를 해라. 학원 안 보내줄 거면 오란 말도 하지 말라’고 선포했어요. 오랫동안 무기력했던 가족의 역동이 바뀌고 있는 거죠.”라고 진단했습니다. 같이 지냈던, 기억나는 친구도 있어요? (수미) 네. 중2 되는 동생요. 저 여기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아빠가 술 먹고 학교에 찾아온 적 있어요. 그때 돌아와 보니 여기 아무도 없었는데, 그 동생이랑 둘이 이야기해서 좋았어요. 이곳에서 보내는 동안, 이건 꼭 하고 싶다는 게 있다면? (미현) 다 같이 소풍? 올해 가장 하고 싶은 것? 혹은 가장 바라는 일은 뭐예요? (수미) 가족문제, 지금 이 상황이 잘 풀리는 거요. 그리고 이런 곳(그룹홈)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부족한 거 같아요. 여기, 인원이 넘쳐서 저도 곧바로는 못 들어왔어요. 쉼터에서 처음에 지내야 했는데, 처음 간 데가 기억이 안 좋아요. 애들이 너무 많았어요. ▲ 그룹홈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그린 그림. 웃는 얼굴 그림으로 보아 마음이 많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싸우면서 정들다’ 그림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투닥거리며 그룹홈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일상을 한 아이가 그렸습니다. ▲ 수학 공부에 매진한 수미의 문제집. 아이들의 방과 거실. 거실에서 영화도 같이 보고 즐겁게 지냅니다. 말썽 피웠을 때 가서 앉는 ‘반성의 의자’가 재밌습니다. 자, 이제 조현희 원장님과도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아이들 말 들어보니까 가족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나 봐요? (아이들, 모조리 거실로 도망쳐버렸습니다. 또 간식 먹으랴 수다 떨며 웃으랴 정신 없습니다.) (원장님) 부모 중 한 명이 가해자인 경우, 사건처리 될 때까진 아이에게 접근금지예요. 그 기간 동안 이런 시설에서 임시보호,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법원에서 받아 수행하고요. 여기서 지내다가 장기그룹홈으로 가는 경우도 많나요? (원장님) 원가정으로 복귀 못하고, 친척집으로도 못가는 아이들이 장기시설로 가요. 근데 아이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동안 보면 가정폭력이 지속된 아이, 신체학대나 성학대를 겪은 아이, 정말 사례마다 다양해서 개인상황에 맞게 조치가 들어가야 해요. 후원이나 예산 측면에서 이런 시설에 좀더 확보되면 좋을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원장님) 그룹홈에선 1차적 생활지원과 의료비, 심리적 응급처치, 학교생활지원에 우선적인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미술치료 등 치료지원, 진로활동, 체험활동, 학원비 등은 후원이 있어야 운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수술을 할 정도의 의료비가 필요할 경우, 예산 운용이 어려워 의료비 지원을 받아야 하구요. 사실 여기 온 아이들 중 6, 70퍼센트가 “집보다 여기가 더 편해요” 말할 정도로, 아이들 가정상황이나 지원이 좋지 않아요. 여기 와서는 학원 가니 좋다는 애도 있고요. 진로교육이나 의료비 지원, 환경개선 지원 등은 더 확보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요. ▲ 인터뷰를 마친 후, 다시 식탁에 모여 앉은 수미, 미현, 송주. 매일 뭔가 속닥이고 영화도 보고, 같이 뭔가를 할 때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대한민국 아동학대 신고 15,000여 건. 그중 자신의 집에서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그룹홈을 거친 후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장기그룹홈으로 옮겨갑니다.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았건만 닥쳐온 이런 아픈 상황을 안산신나는그룹홈 조현희 원장님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인생의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글 이선희(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정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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