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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3-08 조회수 5526

아이 여덟 시리아 가족, 이제 한지붕 "까르륵 하하"

―갈 곳 없던 가족,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겨레 모금으로 보금자리 마련


“함께 살 수 있게···” 2016년 여름, 지독했습니다. 마디브와 아이샤 가족에게는 특히 호된 여름이었습니다. 한 살부터 17살까지 아이가 8명, 시리아를 탈출해 아홉 달 만에 겨우 한국에 도착했는데 거리에 나앉을 판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겨레> 신문이 함께 모금에 나섰습니다. 목표액 800만원을 훌쩍 넘겨 1천119만9,800원이 모였습니다. 덕분에 이 가족, 이 겨울이 춥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새 보금자리에 가봤습니다.


이들이 새 집에 둘러 앉아 숫자에 맞춰 발 하나 빼는 시리아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3일 인천 한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가정집 거실, 아이들이 둘러 앉아 발을 앞으로 모았습니다. 숫자를 세 한 사람씩 발을 빼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이기는 시리아 놀이입니다. 그 곁에 세 살 꼬마 살림 커튼 뒤로 숨기에 푹 빠졌습니다.  살림이 숨으면 아버지 마디브(36)가 찾습니다. 무한 반복입니다. 한잠 푹 자고 난 한 살 마드디는 엄마 아이샤(32) 품에 안겨 멀뚱멀뚱 형, 누나 놀이를 지켜봅니다. 평화, 오래가지 않습니다. 발 빼기 놀이 중인 아이들, 실랑이를 벌입니다. 메디(9, 가명)는 당최 왈가닥 언니 라미라(11, 가명)을 이길 수 없습니다. 눈물만 그렁그렁합니다. 이것도 잠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벌어집니다. ‘눈물’ 메디 맞나요? 이 놀이에는 만국 아이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나봅니다. 이것도 또 잠시, 왈가닥 언니 라미라가 갑작스럽게 검은색 물안경을 끼고 나왔습니다. 웃음이 팝콘처럼 터집니다. 진짜 팝콘들도 방바닥에 흩어져 있네요.


 물안경을 쓴 라미라(11·맨 왼쪽)와 동생들, 그리고 아버지
 

 이 북새통에 어머니 아이샤(32)가 웃습니다.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아버지 마디브가 지난 해 11월 집들이 때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사촌들 초대해 사진도 찍고 시리아 음식도 해먹었어요. 집이 너무 좋아 다들 안 가려고 했어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신에게 감사합니다.” 으리으리한 아파트 아닙니다. 보증금 1천만원, 월세 50만원, 방 세 칸짜리인데 천장엔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곰팡이 위에 인조 꽃을 장식했습니다. 6살 모하메드(가명)는 해와 혜성을 그려 붙였습니다. 아래층이 상점이라 저녁에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나무랄 사람이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사미라(11)가 풍선을 불고 있습니다.

 지난 해 7월, 마디브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와 아이들은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아버지는 친척집에 더부살이 했습니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세평 남짓 방 세 곳에 나눠 자던 아이들은 센터에서 나오는 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사촌이 하는 중고차부품업체에서 컨테이너에 짐을 실어 나르며 월 100여만원을 벌었습니다. 그 돈은 아이들 먹거리로 금세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는 2017년 2월이면 나가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지금은 지상의 지옥이 돼 버린 시리아 알레포가 고향입니다. 아버지가 보여준 동영상 속엔 알레포 옛 집이 담겨있습니다. 외부와 맞닿은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샤워기가 떨어져 나간 화장실에는 총알 자국이 선명합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습니다. 2014년 겨울,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됐습니다. 중고차 부품가게를 하던 아버지는 여느 때보다 20분 늦게 출근했습니다. “가게가 형체도 없어졌어요. 제 시간에 왔다면···” 마디브가 죽은 줄 알고 이웃들은 잔해 속에서 그의 주검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해 12월 “비처럼 쏟아지던 폭탄”을 피해 친척집으로 피신 간 사이 집도 사라졌습니다. 중고차부품업을 하며 한국에 머물던 형과 고모가 한국은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옷가지만 챙겨 터키행 배에 올랐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데 아홉 달이 걸렸습니다. “총에 맞지 않아도 되고 폭격이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생계가 전쟁이 됐습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지하 셋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은 공중분해 됐습니다. 이웃 할머니는 아이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해도 문을 두드려댔습니다.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자 아이들과 어머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로, 아버지는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아이들 웃음꽃도 피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겨레>, 처음 나설 때만 해도 새 집을 찾는 데 필요한 최소 목표액 800만원을 채울 수 있을지 마음 졸였습니다. ‘국내 어린이들을 도와야지 왜 외국인을 돕느냐’는 시선이 걱정됐습니다. 
 “눈물 날 거 같아요.” 지난 해 10월 국내 난민 지원을 담당했던 강슬기 세이브더칠드런 대리가 감격했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했습니다. 200만원, 100만원 목돈을 덥석 기부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2016년 8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1천119만9,800원이 모였습니다. 이걸로 보증금 1천 만원을 내고 두 달치 월세 100만원, 생활비 199,800원을 썼습니다. 이밖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양육비로 매달 20만원 꾸준히 지원할 예정입니다.
  물론 걱정이 다 사라진 건 아닙니다. 대개 시리아 출신처럼 마디브와 아이샤 가족도 난민인정 대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에 살 수는 있지만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은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모하메드(6, 가명) 다리가 마음에 걸립니다. 다리가 곧게 펴지지 않아 보조기구를 앞으로 2년은 더 써야 합니다. 


보조기구를 찬 모하메드(6)가 풍선을 잡으려 달려갑니다.
 

그래도 이 순간, 방바닥은 뜨끈뜨끈하고, 왈가닥 언니 사미라가 동생 카디얀의 스티커를 뺏으며 약 올리는 시간, 알자라가 보조기구를 차고 겅중겅중 풍선을 던지는 시간, 이 가족, 더 바랄 게 없는 표정입니다. 다문화대안학교를 다니는 아들 압둘(18, 가명)은 벌써 한국어로 대화가 꽤 됩니다. 방학엔 아버지를 돕고 있습니다. “아주 좋아요. 한국 드라마 봐요. 곧 고등학교 가요. 커서 자동차 고치고 싶어요.” 큰 딸 나미(14, 가명)는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이름을 한글로 써 보여줍니다. “학교 재밌어요. 그런데 남자애들 싫어요. 장난쳐. 선생님 말 조금 알아들어요.”    
 얼마 만에 찾은 ‘보통의 일상’인지 모르겠습니다. 오전 7시, 5명이 등교하니 어머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머지 세 아이와 하루 종일 부대낍니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항상 머리가 아파요. 하하” 아버지 마디브에게 일이 힘들지 않느냐 물으니 “일은 원래 다 힘들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 가족과 헤어져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물안경 소녀 사미라가 창문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안녕!”


법무부 자료를 보면, 난민신청자는 2013년 1,574명, 2014년 2,896명 2015년 5,711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만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습니다.(2015년) 난민 신청자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신청자 가운데 10% 정도만 최장 6개월, 그것도 최저생계비의 70% 정도만 경제적 지원을 받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1년부터 난민 신청 아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첫해 20명을 시작으로 매년 늘어 올해엔 146명을 돌봅니다. 1세 미만 영아는 양육비 월 20만원, 미취학아동은 보육기관 이용료 월 30만원, 초,중,고등학생은 방과 후 활동 월 15만원을 지원합니다. 필요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그래도 모든 아동은 보호와 교육 받을 권리가 있기에 세이브더칠드런은 힘 닿는 한 난민 신청 아동을 돕겠습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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