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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뿔 지역' 극심한 가뭄 ① 소, 염소 죽고 아기는 말라 가고...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06-02 조회수 11457


소, 염소 죽고 아기는 말라 가고…그러나 절망할 수 없어


     ―'아프리카 뿔 지역' 극심한 가뭄  ①

케냐 동북부 와지르에 가다


 케냐 동북부 소말리아 국경 근처 와지르주. 한발 내디딜 때마다 바짝 마른 붉은 먼지가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11월 우기에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다시 우기가 왔지만, 비는 잠깐 애간장만 태우다 그쳐버립니다. 유목민인 이 지역 주민들에게 가축은 가족이고 평생 의지해 온 생명 줄입니다. 먼저 소가 죽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염소가 쓰러져 갑니다. 하산 모하메드(35) 세이브더칠드런 와지르 프로그램 디렉터는 ”그 다음은 사람 차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아이들은 벌써 말라갑니다. 유엔은 “케냐, 남수단, 예멘,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2천만명 이상이 기아 위기에 처해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경고했습니다. '아프리카 뿔' 지역 가뭄위기 상황을 세 차례에 걸쳐 전합니다.



▲ 영양실조에 걸린 여덟 달 된 아기 이글란. 세이브더칠드런은 이글란을 와지르중앙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마른 울음만 토하는 아기
지난 5월 8일, 와지르주 라그보홀 마을, 맨 바닥에 나뭇가지를 쌓아 지은 소말리 전통집 아갈호리 안에 하루 전날 딸을 낳은 아미나 알리(27)가 앉아 있습니다. 두 다리가 앙상합니다. 석 달 새 염소 30마리 가운데 25마리가 죽어버렸습니다. 아이가 여섯인 유목민 아미나 가족의 생계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물값이 두 달 새 다섯 배 뛰었어요.” 가뭄이 오기 전 이 가족은 하루에 깨끗한 물 50 ℓ 씩 사다 썼습니다. 이제 40 ℓ를 사와 일주일 버팁니다. 빨래, 설거지에 쓸 물은 더러운 줄 알면서도 보이는 대로 아무 데서나 길어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재난구호 매뉴얼인 ‘스피어 프로젝트’를 보면, 한 사람이 생존하는 데 최소 물 2.5~3ℓ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친척들이 도와줘 그나마 연명하고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태어난 아기가 너무 걱정이에요.” 그나마 아이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해 깨끗한 물이 있는 근처 레헬리지 진료소에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 하루 전날 딸을 낳은 아미나 알리(27). 소 30마리 중 25마리를 잃어 아기 미래가 걱정입니다.


 유목민에게 생명 줄인 가축이 죽어 나가니 아이들이 말라갑니다. 레헬리지 진료소, 8개월된 아기 이글란의 눈과 입엔 파리가 앉았습니다. 입을 벌려 우는데 울음소리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글란의 몸무게는 4.5㎏, 기준치(10kg)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그곳 의료진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이글란을 와지르 중앙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라단 묵타(27)는 “염소 300마리 중에 250마리가 석 달 새 죽어버렸다”며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들어 모유도 끊겨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진료소에서 일하는 프리다 송곤(28) 간호사는 ”극심한 영양실조가 한 달에 4건에서 10건으로 최근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 가뭄에 낙타도 죽어갑니다. 


 이 동네 주민 3천가구가 의지했던 학교 운동장 두 개 크기 마을 저수지는 흙 바닥입니다. 3월~5월 우기에 받아놓은 물로 다음 우기가 오는 11월까지 썼는데 벌써 바닥이니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이 마을 이장 이스마일 아부카디 오스만(40)은 “케냐 정부에서 한달에 한번 2500 ℓ 급수트럭을 보내는 걸로는 윗마을 주민까지 합쳐 6천가구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마을 아이들 25%가 학교를 그만두고 가족을 따라 물을 찾아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아이가 아홉명 있는 압둘라이 무하마드(44)가 가뭄으로 죽어버린 자신의 염소 시체 앞에 서 있습니다. 그는 소 7마리도 전부 잃었습니다.




▲ 여덟 살 파란과 아버지 아바스는 물을 찾아 여섯 시간을 걸었습니다. 흙탕물을 푸고 있는 파란.


물을 찾아 떠도는 아이들, 일을 찾아 떠도는 부모
 여덟 살 파란과 아버지 아바스(40)는 수레를 끌고 걷기 시작해 여섯 시간 만에 물 웅덩이를 찾았습니다. 흙탕물 웅덩이입니다. 여덟 살 파란은 그 물을 떠 큰 통에 담다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소 30마리 가운데 25마리가 죽어버린 파란 가족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가축과 여섯 아이에게 먹일 물을 찾아 아버지와 파란은 이틀에 한번 꼴로 정처 없이 헤맵니다. 아바스는 “아들이 당나귀를 몰고 수레 끄는 걸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물을 찾아 실어 나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한 살부터 열 네 살까지 여섯 아이 아버지 모하메트 무데(46)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소 60마리를 두 달 사이 모두 잃어 지금은 돌을 깨 건축용 벽돌을 만드는 일로 한달에 7000실링(약 8만원)를 법니다. 하루에 20 ℓ 한 통에 50실링씩 세 통을 사야 하니 한달이면 4500실링(약 5만원)이 물값으로 나가버립니다. 아이 넷 한달 학비 1000실링(약1만2천원)을 내는 게 버거워지는 까닭이다.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한끼 먹이는 것도 힘듭니다. 미래가 불안해요.” 보통 염소 한 마리는 3000케냐실링(약 4만원), 소 한 마리는 4만케냐실링(약 50만원)에 팔리니 소 한 마리 팔면 6인 가족이 2~3개월은 살아 갈 수 있습니다. 그 떼죽음 당한 소들은 아이들의 미래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마을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무후메드 마하메드(60)는 땔감을 나릅니다. 소 11마리 가운데 8마리가 죽었고 나머지 세 마리도 갈빗대가 다 튀어나와 있습니다. 최대한 땔감을 해 오면 한달 5600케냐실링(약 6만원)을 법니다. 그는 연신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마하메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깨끗한 물을 살 돈이 없으니 가까이 가면 악취가 코를 찌르는 고틴 우물에서 물을 떠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학교에 급수트럭을 보내고 있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이 급수트럭을 보내고 있는 라그보홀 초등학교의 학생들.


가뭄과 싸우는 사람들
지난 5월 10일 라그보홀 초등학교 옆에 푸른색 급수트럭이 섰습니다. 유치부부터 8학년까지 710여명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급수트럭 한 대면 학생들이 2~3주 쓸 수 있습니다. 하산 무하메드 교장 선생님이 뛰어나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덕분에 이번 학기 기숙사를 다시 열게 됐어요. 물이 없어 2일 새 학기가 시작 되고도 기숙사를 못 열고 아이들 점심도 못 줬어요. 지난 학기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이 이주에 한번씩 급수트럭을 보내줬어요.”
 수줍은 아이들이 창문 앞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연신 수업중인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넘버 원 넘버원 웨어 아 유.(Number one,, Number one, Where are you?)” 8학년에 다니는 이파틴(18)은 “학교에 오면 마실 물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몬(15)은 “집에서는 물을 길으러 이삼 일에 한번씩 대여섯 시간 걸어야 하고 그나마 더러운 물 밖에 못 얻는다.”면서 “학교 물이 깨끗해 좋다.”고 했습니다. 좀 더 친해지자 아이들이 몰려와 방문자들을 빙 둘러쌌습니다. “학교 다니는 거 좋아요?” “네!” “배우는 게 좋아요?” “네!”
세이브더칠드런은 라그보홀 초등학교 등 15개 학교에 이주에 한번씩 급수트럭을 보내 학교가 계속 문을 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뭄이 드리운 비극의 기운을 덜어내기에 역부족입니다. 2011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예멘,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뿔’ 지역에 대가뭄이 덮쳐 26만명이 숨졌습니다. 하산 모하메드(35) 세이브더칠드런 케냐 와지르 프로그램 디렉터는 “그때보다 더 상태가 심각하다”며 “당시엔 7월부터 가뭄이 시작됐는데 올해엔 5월에 이미 바짝 메말랐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절망할 수 없습니다.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으레 되풀이되는 비극이 아닙니다. 유목민 출신인 하산 모하메드 디렉터는 “가뭄에 더 강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다음 편에서 하산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명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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