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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난민 도시 ‘자타리’ 캠프, 여전히 돌아갈 꿈을 꾸는 사람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07-24 조회수 6581


광대한 난민 도시 ‘자타리’ 캠프, 여전히 돌아갈 꿈을 꾸는 사람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지 올해로 6년. 내전이 시작되고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 포위지역에서 살던 13세 소년 아메르는 음식과 깨끗한 물도 없이 몇 달을 공포에 떨며 지냈습니다. 아메르와 그 가족은 9개월 동안 빵 한 조각 먹지 못하고 나뭇잎을 끓여 떠먹으며 버틴 적도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내전을 2년도 넘게 버티던 아메르 가족은 집 바로 옆에 폭탄이 떨어지자 옷만 입은 채 겨우 도망쳤습니다. 시리아-요르단 국경에 도착하기 전에 체포돼 옥외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4번이나 감옥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5번째에 요르단에 있는 자타리 난민캠프(Zaatari Refugee Camp)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캠프에 도착하기까지 아메르는 크게 세 번이나 다쳤고, 폭탄을 맞아 생긴 다리 상처가 깊어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어려운 여정 끝에 아메르와 세 여동생 그리고 부모님은 친척과 함께 자타리 캠프에 있는 텐트에 정착했습니다. 요르단 북부에 있는 자타리 난민캠프는 아메르 가족과 같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2012년 7월 28일 임시로 만들어진 캠프입니다. 그러나 ‘임시’가 5년이 되고, 지금은 약 8만 명에 가까운 난민들이 캠프를 집 삼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자타리 캠프는 이제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캠프에 들어서면 중심가엔 상점이 보입니다. 상점들을 지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장애물 경주를 하는 10대들이 보입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광대한 캠프의 규모가 가슴에 확 와 닿습니다. 임시로 만들어진 캠프가 유지된 지도 벌써 5년째. 캠프는 아주 안정돼 보입니다. 가족들, 아이들, 구호단체 직원들이 돌아다니고, 텐트와 오두막 사이로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이 자타리 난민캠프에는 차분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자타리 캠프의 아침은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음식 배급으로 시작됩니다. 음식 보급소에서 약 1만 7,000가족이 이른 아침부터 배급을 받습니다. 밀을 살짝 익혀 빻아 둔 불거(Bulgur) 밀, 렌틸콩, 파스타, 쌀, 설탕, 식용유 같은 것들이 주로 배급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매일 줄지어 들어오는 수많은 사람에게 모아둔 배급품을 나눠줍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도 참치, 토마토소스, 통조림 고기, 병아리콩, 잠두콩(Fava beans), 차, 할바(Halva: 중동지방에서 먹는 달콤한 과자의 일종) 같은 음식을 추가로 나눠주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이 배급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족들이 필요한 음식을 직접 살 수 있도록 미리 현금이 충전돼 있는 카드도 나눠줍니다. 캠프의 사회기반 시설들도 이제는 꽤 커져서 음식을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슈퍼마켓 또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슈퍼마켓은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구호단체 감시 아래 적절한 물품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낮이면 엄마와 아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모자보건영양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엄마 혹은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모임 공간에 모여 위생관리나 모유수유와 같이 아이를 건강히 키우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웁니다. 또, 날씨가 유독 혹독한 자타리 캠프에서 아이를 기르는 어려움이나, 아이와 가족을 위해 바라는 점 등을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는 영유아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심리·사회적 지원을 받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직원은 아이들과 같이 바닥에 앉아 핑거 페인팅, 그림 그리기, 산수 등을 가르쳐줍니다.



자타리 캠프에는 유치원 말고도 세이브더칠드런과 유니세프가 함께 설립한 복합활동 센터(Multi-Activity Centres)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과거 힘들었던 경험을 극복합니다. 아메르도 최근 이 센터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메르 가족이 지내는 텐트 앞에 새 센터가 생기게 되었고 공부를 하고 새 친구들과 놀 수 있단 소식에 아메르는 센터가 개소하자마자 등록했습니다.


 “그 당시에 전 할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한, 두 달 뒤면 시리아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처음에 캠프에 와선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나중엔 학교에 갔지만 다른 아이들이 저한테 욕을 하고 놀렸고 아이들과 싸우고 문제를 일으키게 돼서 결국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됐어요.”



이 센터는 아이들에게 24시간 쉼터(Safe space)를 제공해 심리·사회적 지원과 생활기술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 텐트 옆에 앉아 온종일 그냥 시간을 보냈던 아메르는 이제 센터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세이브더칠드런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예술로 배우고 힐링하기’(Healing and Education through Arts) 프로그램과 생활기술 프로그램을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특히 ‘예술로 배우고 힐링하기’ 프로그램을 들으며 아메르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기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아메르는 캠프에서 지내는 새 삶에 적응하게 됐고, 새 친구들도 만들며 끔찍했던 시간으로부터 조금씩 회복했습니다. 아메르는 센터에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었고 직원들은 센터 안팎에서 아메르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줬습니다. 아메르는 이제 예전처럼 고립되었단 느낌을 받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를 보냅니다.


“제가 문제를 마주하거나 곤란에 처하면, 센터 직원분이 저와 같이 앉아 이야기를 해줬어요. 이제 저는 학교에 다시 갈 것을 생각하면 신이 나요.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센터에 있는 직원분이 저를 도와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자타리 캠프 인구의 절반 이상은 아동입니다. 그리고 캠프에 사는 아동 대다수가 고아가 되었거나 부모나 다른 친척들과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 <보이지 않는 상처>에 따르면 현재 수백만 시리아 아동이 계속해서 트라우마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완전히 회복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메르도 13살의 나이에 네 번이나 대학살을 목격했고 여전히 시리아에 남겨두고 떠나온 형 꿈을 꿉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일합니다. 국경을 넘어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미치는 영향을 알기에 캠프에 오는 수천 명의 가족을 소중히 대합니다. 음식을 나눠주고, 신체·정신적 상처를 치료해주고 아이들이 더 밝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유치원과 센터를 운영합니다. 마음이 쌓이고 관계가 깊어져 난민캠프 가족들은 어려운 살림에도 직원들을 집에 초대하고 커피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시리아로 돌아간 어떤 가족은 직원을 만나러 종종 캠프에 방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타리 캠프에 있는 가족들은 호의로 가득합니다. 지난 몇 년간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그럽고 따뜻한 심장을 가졌습니다.



자타리 난민캠프는 인류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내전과 폭력 때문에 만들어진 난민캠프. 여기엔 절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 의식, 회복 그리고 희망이 존재합니다. 그 희망을 지킬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직원들은 여름·겨울 가리지 않고 궂은 날씨에도 몇 시간씩 운전해 캠프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는 아이들과 만나고 많은 시간을 이야기하며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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