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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놀이터가 흥할 것 같은 까닭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09-14 조회수 8144

         이 동네 놀이터가 흥할 것 같은 까닭은

        ―아이들, 주민 바람 담은 색동어린이공원 개장식


 골목어귀부터 왁자지껄합니다. 나이스 이삿짐, 풍년 부동산, 염색방… 서울 강북구 수유1동 연립주택들 사이로 난 골목을 따라가니 아담한 놀이터가 나타납니다. 꺽다리 피에로는 연신 긴 풍선을 묶어 동물들을 만드느라 피로해 보입니다. 그 아래 아이들이 줄 섰습니다. 놀이터 안 둔덕엔 동네 아이들이 둘러 앉아 3천원 주고 산 아기 햄스터 등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색동어린이공원 놀이터가 새 단장하고 문을 연 날입니다.


▲ 낡은 놀이터가 새 단장한 모습






70년대 지어져 10년 전에 정비한 색동어린이공원 놀이터, 한쪽 옆구리는 이미 주차 건물이 파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땅에는 낡은 조합놀이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놀 곳 없는 아이들은 이곳에 모였습니다. 박예찬(10) 군은 “미끄럼틀은 망가져 못 탔고, 여기 저기 껌도 붙어 있었다”고 증언하네요. 세이브더칠드런은 2015년부터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 일환으로 도시놀이터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주민들이 고쳐달라 의견을 냈고 세이브더칠드런, 강북구, (주)코오롱이 손잡았습니다. 코오롱글로벌(주)는 디자인부터 감리까지 프로젝트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재능기부로 참여했습니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보시죠. 놀이터 설계 전에 동네 초등학교에 다니는 2~6학년 25명이 어린이디자인단이 돼 어떤 놀이터를 바라는지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모습과 닮았나요? 



                    ▲ 어린이디자인단이 만든 모형(위)과 실제 바뀐 놀이터 모습(아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통점은 바닥의 트랙입니다. 아이들이 힐리스 신발을 신고 달려보고 싶다고 그려 넣었습니다. 놀이터에 굴곡을 만드는 언덕들도 닮았습니다.
아이들 모형 속 놀이터, 웬만한 테마파크 저리 가라, 스케일이 장대한데 또 촘촘한 배려도 눈에 띕니다. 설계를 맡은 한나라 ㈜아이땅 소장은 “보통 놀이터는 연령대 구분없이 초등 3학년 정도에 맞춰져 있는데 아이들은 어른, 유아, 고학년 공간을 구분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디자인단에서 활동했던 백찬희(11) 군은 “유아들은 더위 많이 탈 거 같아서 천막도 쳐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딱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이 바닥에 넘어져 있는데 그 옆에서 누군가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이네요. 고학년이 노는 놀이 공간을 구상하며 아이들, 한을 풀었나 봅니다. 미끄럼틀은 아예 주차 건물 꼭대기부터 시작해 내려옵니다. 집라인이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 색동어린이공원 놀이터를 설계한 한나라 소장과 어린이디자인단에서 활동한 백찬희 군


그대로 다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아이디어를 최대한 받아들여 거대한 조합놀이기구를 빼낸 자리엔 고학년용과 유아용 놀이기구를 따로 뒀습니다. 역시 김진구 (10)군은 “좀더 긴 은색 미끄럼틀이 빠르고 재밌다”고 평가하네요.



귀만 연 게 아니라 발품도 많이 팔았습니다. 한나라 소장,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녔습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놀이를 하는지,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지 관찰합니다. 놀이터 보면 대개 비슷해요. 동선이 딱 정해져 있는 조합놀이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몸의 움직임도 제한돼요. 아이들이 몸을 좀더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색동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기구를 드러내 공간에 숨통을 틔우고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놀이터 안 언덕들을 두고 작은 손잡이도 박아 넣으니 아이들이 구르고 기어오르고 모여 앉을 수 있습니다.


놀이터가 장수하려면 어린이들 맘에만 드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공동체의 옥동자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 의견이 중요합니다. 한 소장은 “결국 좋은 놀이터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잘 보살피고 관리하는 놀이터”라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해 지면 으슥한 곳에 모이는 청소년들이 시끄럽다, 놀이터 주변을 차들이 에워 싸고 주차해 아이들 다니기 위험하다며 개선을 바랐습니다. 해가 지면 퇴락한 놀이터만 덩그러니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좀더 길가 쪽으로 빼고 으슥한 곳엔 나무를 심었습니다. 운동기구도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공간을 틔우니 퇴락한 분위기도 가셨습니다. 한계는 있었습니다. 놀이터를 포위한 주차구역 문제는 지방자치 단체 안에서도 공원과 관할 부서가 달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 색동어린이공원 개장식 날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이 축하 공연하고 있습니다.


▲  (주)코오롱의 김승일 전무가 "오늘 이렇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후원사로서도 너무 기쁘다"라고 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놀이터를 둘러 싼 자동차가 아쉽지만 개장식을 보니, 이 놀이터 흥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개장식에 동네 할머니부터 아이들이까지 150여명이 모였습니다.  테이프 커팅을 하는데 제 옆에 앉으신 한 할머니 계속 말을 거십니다. 처음 보는 할머니입니다. “당이 떨어져서 그러나 어지럽네 사탕있수?” “저 유치원 원장이 건물주인이야?” 마술쇼하는 도중에는 저도 모르게 옆에 앉은 아이에게 말 걸게 되더군요. “봤어? 모자에서 나온 햄스터?”라고 물으니 “햄스터 아니고 고슴도치”라고 정정해줍니다. 사람이 모이고 대화가 튼 다는 것, 놀이터에 피가 돈다는 증거입니다. 동네주민들은 놀이터 100일잔치도 열 계획입니다. 한 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놀이터를 새단장 할 때 한 고등학생한테 뜻밖에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어릴 때 남긴 추억들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서…. 바뀐 놀이터는 아이들 커서 동네에 왔을 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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