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꼭 들어야 하는 강의: 아동권리교육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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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0-01 조회수 6501 |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꼭 들어야 하는 강의: 아동권리교육 ― 국내 아동보호 ‘한 아이’ 캠페인 론칭 기념 아동권리교육 참여기
“우리 엄마가 기분 좋을 때 아빠한테 하는 거예요. 엄마가 무지 화나면 혼자서도 해요.” 수수께끼같이 알쏭달쏭한 이 문제,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동이 성인과는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독자적인 존재이자 권리의 주체임을 알고, 아동의 권리가 실현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고 있는 ‘아동권리교육’. 세이브더칠드런 강당에서 열린 이날 교육에 참석한 여러 ‘어른들’, 답을 못 찾고 고개만 갸웃갸웃 오랜 침묵이 이어집니다. 정답은 바로… ‘팔짱’입니다. 평소 엄마 아빠 사이가 좋을 때면 다정히 팔짱을 끼고, 투닥투닥 다툼이 있을 때면 엄마 따로, 아빠 따로 ‘나홀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아동의 눈에는 이렇게 비추어졌나 봅니다.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동의 마음 속. 우리는 짐작도 못할 새롭고 독특한 생각, 다채로운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이 짧은 문장 하나에도 잘 드러나지 않나요? 계속해서 이어진 활동은 칸칸이 비어 있는 커다란 종이를 아동이 가진 다양한 권리로 채우고 이를 연결하는 권리 빙고게임입니다.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와 같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부터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학대 피해에 대한 회복 지원을 받을 권리’와 같이 평소 잘 생각해보지 못한 권리까지 색색이 칸을 채웁니다. 팀을 이뤄 진행된 이 게임. 조별로 하나씩 큰 소리로 권리를 부를 때마다 아동이 가진 권리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키겠다는 어른들의 다짐도 조금씩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인형 사진이 스크린을 채웁니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을법한 장난감인데요. 뭔가 문제점을 발견하셨나요? 이미 워밍업을 마친 교육 참가자들 시간을 더 줄 필요도 없다는 듯, 답변을 이어갑니다. “흑인 인형 가격이 백인 인형보다 싸요. 인종차별이에요!” “인형 몸매가 죄다 같아요. 빼빼 말랐고요. 아이들에게 외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사진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교육 참가자들 역시 사진을 보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도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걸, 그래서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고,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을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는 걸 마음 속에 새깁니다.
이 밖에도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를 감시하고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체벌은 어떠한 형태든 정당화될 수 없고 따라서 ‘사랑의 매’라는 것도 없음을 배우는 사이 예정돼 있던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자 어른의 소유물’이라는 아동에 대한 오래된 인식에서 벗어나 아동이 성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배우고 이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차별적 상황을 찾고 이를 고쳐나가는 활동을 하며 키워가는 ‘인권 감수성’은 덤입니다. 사실 이날 교육 참가자들, 이미 아동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된 분들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학대와 방임, 빈곤, 차별로부터 국내 아동을 지키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한 아이’ 캠페인. 이 캠페인 론칭을 기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오픈한 ‘아동권리교육’을 놓치지 않고 신청하고 교육에 참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교육 내내 뜨거운 열의를 보여주신 이날의 참가자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눈빛을 보여준 심리치료사 심성희 씨, 아동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박하영 씨, 대학을 잠시 쉬며 비영리재단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박해주 씨 세 분의 참가자들과 교육이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심성희(이하 심, 사진에서 왼쪽): 저는 김포교육지원청에서 기초학습 심리상담, 정서 상담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포 지역 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을 만납니다. 박하영(이하 박, 사진에서 가운데): 저는 대학교에서 아동학과 공부를 하고 있는 3학년 대학생입니다. 박해주(이하 해, 사진에서 오른쪽): 저는 대학생활을 유예중이고 아산나눔재단이라는 비영리 재단에서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Q. 아동권리교육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 아동학을 전공해서 보육교사나 아동교육 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아이들을 가장 가깝게 만나게 될 사람으로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고민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해: 저도 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했는데 교직이수를 했어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거든요. 이런 교육은 항상 받고 싶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이번 기회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아동권리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참여했습니다. 심: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막상 부모님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를 소유물로 보는 분들이 많으세요. 아동권리 같은 정확한 정보를 드리면 그런 인식을 개선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신청하게 됐어요). 저도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복지를 전공했지만 100%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이번 교육을 통해 아동권리에 대해 더 세세하게 알게 된 거 같아요. Q. 오늘 아동권리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인가요? 해: 이런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늘 갈증이 있었어요. 아동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앞으로도 이런 교육을 제공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동안 막연하게 아동은 보호받아야 하고, 아동도 소유물이 아니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거든요. 이런 (아동권리에 대한) 내용을 정리를 해서, 예시와 함께 전달을 해주시니까 ‘이런 부분은 내가 잘 몰랐구나’ ‘앞으로 이런 걸 더 알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실마리를 얻은 거 같아요. 박: 저는 많이 놀랐어요. 분명히 그동안 아동에 대해 배운다고 배웠는데 정작 ‘아동을 이렇게 대하면 차별이구나, 아동의 이런 인권이 무시되고 있었구나’ 이런걸 (오늘에서야) 배우게 됐거든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하고 가르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됐어요. 예를 들면, 그동안은 낯선 사람이 오면 따라가지 말라고만 말을 했었는데 이제는 ‘가족이나 친척에게도 내가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가르칠 수 있을 거 같아요. 심: 빙고 게임이 되게 좋았어요. 아이들의 권리 중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고, 나는 무심코 한 행동이 아동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해: 저도 빙고 게임이 좋았어요. ‘아 이것도 아동권리에 포함돼 있구나’ 이렇게 깨달은 것도 있고요. (아동에게도)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는 건 그동안 생각을 못 해봤거든요. 어떻게 보면 되게 당연한 건데도요. 아동의 권리라고 하면 막연하게 교육 받을 권리, 보호 받을 권리만 생각했는데, 아동을 권리의 주체라기보다 수혜자 입장, 보호만 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본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 생각들을 깰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이번 교육을 통해 아동권리나 아동을 대하는 방식에 생각이 바뀌었나요? 해: 인권감수성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찾으면 찾을수록 계속 나오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 여성과 남성 이런 성에 대한 차별 감수성이 있었다면,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없었던 걸 다른 분들을 통해서 알게 되고 한 거 같아요. (권리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해 질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일상이 불편해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불편함을 어떻게 감수할 지는 제 몫이고요. 하나하나 시야를 넓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장애인 학생들과 많이 생활을 하는 대학교예요. 장애인 복지 시설이 잘돼 있지만, 아직 불편하고 개선이 돼야 하는 점들이 많은데 그런 거에 그동안 굉장히 수동적이었고 무심코 넘겼던 점들이 많았어요. 이번 교육을 계기로 그런 것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한번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무심코 세상을 사는 게 아니라 배운 것들을 한 번 찾아보면서 살고 싶어요. Q. 오늘 받은 교육을 주위에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심: 요즘은 학교에서도 부모교육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교육이 되게 막연해요. 오히려 오늘 교육처럼 예를 들면 ‘이런 행동은 정서학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실제 사례를 들어서 교육이 구체적으로 이뤄지면 ‘나의 행동 중 내 아이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한 행동은 없었나’ 이런 걸 확실하게 알고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동은 다 보호받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보호가 구체적으로 어떤 보호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거든요). 그런 걸 알 수 있게 될 거 같아요. 박: 대학교 친구들한테 추천을 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아동학과나 유아교육과 등 관련 학과 학생이 아니면 관심을 갖기는 힘들거든요. 그런데 대학생도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우리 모두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거든요. 해: 이런 교육이 좀 더 많아져야 할 거 같아요.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오늘 교육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고, 액션플랜을 제시하는 교육도 있다면 좋겠어요.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소위 올바르다고 하는 방향으로 이끌 때 어떤 방법을 쓰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이런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세이브더칠드런에 한 마디 해주시겠어요? 해: 저는 세이브더칠드런 후원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세이브더칠드런 직접 와본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스쿨미 사업 보고회 때 처음 왔는데 그때 처음 어떤 사업이 진행이 되는지, 나랑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좀 더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온라인이 좋겠지만, 이렇게 좀 더 부대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 저도 세이브더칠드런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후원은 하고 있지만요. 이런 교육도 하고 있구나, 이런 걸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박: 후원이나 도움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항상 해외아동만 떠올렸었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이런 도움이 너무나도 필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살아가는 게 아니라 (아동과) 진짜 가까운 사람으로서 깨인 눈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글 박영의(마케팅전략팀) | 사진 김하윤(커뮤니케이션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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