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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굴리 프렌즈, 어릴 때 뛰놀던 추억으로 만들었죠."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11-20 조회수 7897


“굴리굴리 프렌즈는 어릴 때 뛰놀던

추억으로 만들었죠”
- 해외결연 후원감사 프로젝트와 함께한 굴리굴리 프렌즈 김현 작가



‘돼지 그림이네’ 처음 굴리굴리 프렌즈 ‘데이지’를 보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두 번째 그림 책 속에 등장한 ‘데이지’를 봤을 때 ‘어? 귀엽네’가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세번 째 봤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김현 작가를 만나고 싶단 생각에 조바심이 났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액자에 그려진 데이지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굴리굴리 프렌즈는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증으로 머리가 꽉 찼습니다. 드디어 그를 만났습니다.





“나, 어렸을 적에는 …”


Q. 어린 김현이 궁금합니다.
A.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한결같이 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술대회 참가해서 수상하면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상 받았으니 다음 대회도 나가야지’ 그러면서 다시 준비하고, 그랬던 거죠. 그냥 계속 그림만 그렸던 거 같아요.


Q. 그림을 좋아했던 이유를 혹시 가정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A. 아버지께서 구두를 만드셨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연필을 종이에서 한번도 떼지 않고 제비 그림을 그리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신기해서 몇 번을 그려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나요.

어렸을 때 만들기를 좋아해서 형 미술 숙제는 제가 전부 만들어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신발을 가죽으로 본떠서 만드는 아버지 모습을 자주보고 그랬으니 아버지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죠. 지금 우리 아들이 장난감 만들고 조립하고 이런 걸 좋아해요.


Q.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화가나 그림이 있나요?
A. 초등학교 때부터 ‘고흐’를 좋아했어요. 어린 애가 ‘고흐’를 좋아한다니 사람들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왜 좋아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막연하게 생각나는 건 크레파스와 물감을 섞어 그리면 ‘고흐’ 그림 느낌이 났다는 거예요. (쑥스럽게 웃으며)제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좋아해서 그 그림만 따라 그렸던 기억이 나요. ‘데이지’ 그림에도 그 비슷한 배경이 있어요.



“소중한 우리 아들, 딸에게”


Q. 자녀분들도 아빠처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나요?
A. (출입구 벽을 손으로 가리키며)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저기 벽에 붙어 있는 그림도 애들이 그린 거예요. 애들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 전시회 때 애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게 반응이 제일 좋더라고요. 요즘은 그림을 같이 그릴 시간이 부족해 너무 아쉬워요.


김현 작가는  "우리 아이들 그림이 책에 실린 적이 있어요"라며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보여줬습니다.


Q. 아이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지.
A. 이렇게 제 작업실이 따로 있다 보니 저도 직장인과 다를 바 없거든요. 어떨 땐 작업하면서 밤늦게 들어가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애들과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 부분은 좀 미안하죠. 하지만, 시간이 나면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김현 작가가 매일 출퇴근 하는 작업실.

Q.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A. 저는 학교 다닐 때 FM으로 살았던 사람이에요. 반항 한 번 못하고, 지각하면 안 되고. 지금도 그래요. 공부를 잘 했다는 게 아니라, 하지 말라고 하면 정말 안 하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바른 길로 간다는 생각보다 소심해서 겁이 났었어요. 그런데 어른이 돼도 그렇더라고요. 하루 일 안 해도 되는데, 오늘 일 안 하면 내일 다른 걸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요. 그런데 우리 애들도 저 같더라고요. 학교에 늦기만 해도 큰 일 나는 줄 알아요. 옆에서 보면 반드시 정해진 그 길로만 가려는 그 모습이 진짜 안타까워요. 제 주변에서도 보면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 즐겁게 사는 사람들은 즐겁게 살더라고요. 그런데 저처럼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정말 못 놀더라고요. 제가 얘기해주고 싶은 건 정말 다양한 삶이 많다는 거죠. 할 일도 굉장히 많고, 재미있는 것도 굉장히 많다고. 그런 것들을 우리 애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작가들은 의뢰가 들어온 일을 중심으로 작업을 해요. 하지만, 능동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그림)을 하라고, 꼭! 얘기해 주고 싶어요. 누군가 필요에 의해 주문한 그림이 아니라 내가 즐거워 그리는 그런 그림이요.

 


“그림책을 이야기 하자”


Q. 작가님 그림에는 아동을 이해하는 감수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느껴져요.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섬세한 부분들(순수한 마음) 있잖아요.
A. 그런 얘기 많이 듣는데, 제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았거든요. 항상 뭘 잡으러 다녔어요. 하하. 팬티만 입고 냇가에서 수영도하고,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낮잠도 자면서 많이 놀았어요. 제 또래 친구들하고 얘기해보면 의외로 이런 경험이 많이 없더라고요.


Q. 그림책에 대한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A. 저만해도 어렸을 때 추억할 수 있는 그림책이 없어요. 아마, 제 세대는 다 비슷할 거예요. 그림책이 널리 보급되던 시대도 아니고요. 음악 같은 경우는 딱 들었을 때 ‘아, 이 음악 들었을 때 그런 일이 있었어’ 하며 떠올리는 일들이 있잖아요. 저도 음악처럼 아이들이 이 다음에 커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도 기억에 남는 그런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림책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8~9월 열렸던 캐릭터 아트 전시회 '굴리굴리의 여름숲'에서 자이언트 캐릭터와 함께 한 컷, 찰칵.

Q. ‘굴리굴리 프렌즈’ 탄생 배경을 듣고 싶어요.
A. 어렸을 때 뛰놀며 축적한 경험과 추억, 내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아주면서 갖게 된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졌어요. 어린 시절엔 흙만 있어도 즐거웠고, 애들하고 노는 자체가 즐거웠거든요. 제 그림에는 데이지가 목마 타고 노는 장면처럼 노는 장면이 많아요. 소재 때문에 고민할 때는 예전에 뭐하고 놀았나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소재가 잡히거든요.


Q. 그렇다면, 세이브더칠드런 해외결연 감사엽서나 굴리굴리 프렌즈 액자 소재는 어떻게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그림은 어떤 복잡하고 깊게 생각해야 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아요. 가볍게 보고 ‘좋다!’ 이런 느낌이 드는 그림이었으면 하거든요. 후원해주신 분들이 보고 기분을 정화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작업하면서 후원자 분들이 스쳐 지나며 액자를 보고 ‘아, 귀엽네’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 정도면 만족하거든요. 작업할 때 거창한 메시지나 의미, 이런 것보다 보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 해외결연사업 후원 감사 선물인 굴리굴리 프렌즈 엽서와 액자.


Q. 세이브더칠드런과 선뜻 작업을 하게 됐나요?
A. 원래 사회공헌활동(의미가 있고 뜻 깊은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근데, 저한테는 희한하게 이런 제의가 잘 안 들어와요. 마침,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굴리굴리 프렌즈 액자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셔서 흔쾌히 수락했죠.


깊은 의미보다는 보는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세이브더칠드런 해외결연 감사선물이 김현 작가 책상 위에 놓여있습니다.


Q. 의미가 있고 뜻 깊은 일을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지요?
A. 그림책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일’로 다가오기 때문에 때론 큰 보람이 느껴지기 보다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 세이브더칠드런과 했던 액자 작업처럼 아이들을 위한 일이나 의미 있고 뜻 깊은 활동을 하면 일상이 조금 다르게 다가와요. 훨씬 재미도 있고요.


Q. 해외결연사업 이외에 세이브더칠드런 관심 캠페인이 있다면요?
A. 얼마 전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가서 보니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전 놀이 시설이든 벽이든 야외 시설을 제 그림으로 한 번 꾸며보고 싶거든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Q. ‘이건 꼭! 세이브더칠드런과 하고 싶다’하는 일이 있다면요?
A. 저는 ‘아트 플레이’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왕이면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그런 것들 있잖아요.  사실, 액자 작업하면서 액자보다는 실제로 실생활에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고,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개념을 담아 키트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팝업 카드, 스탬프 아트, 종이 모빌 이런 것들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모빌을 많이 좋아해요. 뜯어서 조립할 수 있는 것도 있고요. 이런 것들로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이 작업하면 신선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기념품이면 아이들도 기뻐할 거고, 자연스럽게 후원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요? 


                       인터뷰 도중 김현 작가 본인이 제작했다며 보여준 종이 모빌.



종이 모빌을 설치했을 때 모습. 


Q. 본인이 생각하는 ‘나눔’이란?
A. 저는 그림으로 뭔가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거창한 어떤 것보다 작은 부분이라도 함께하고, 함께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백 명 중 한 명에게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은 거잖아요.


인터뷰 후 김현 작가는 돌아가는 길에 먹으라며 간식을 손에 쥐어줬습니다. 그 순간, 김현 작가의 그림책을 보며 느꼈던 따뜻한 기운이 다시 느껴졌습니다. 발걸음을 돌리며 그가 손에 쥐어 준 간식 봉지를 뜯어 입에 물었습니다. 입안 가득 달콤한 향이 퍼졌습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 작은 젤리 하나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녹여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눔’은 이 젤리 같은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내 주변 사람에게 작은 젤리 하나를 건네는 마음이 곧 나눔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정림(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현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리카 5개국, 아시아 3개국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5개 핵심프로그램을 아동 생애 주기에 맞춰 장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해외결연후원은  결연아동을 향한 후원자님의 정서적 지원이 더해져 아동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돕는 통합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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