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 현장 ③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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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1-24 조회수 3971 |
"남편 말에 NO 못해...배우면 자유롭게 살 수 있겠죠" ― '스쿨미' 현장 ③ 시에라리온 10대 엄마와 스쿨미의 도전 대서양을 맞댄 ‘시에라 리온’, 포르투갈어로 ‘사자의 산’입니다. 유럽 침략자들은 그 해변에서 산기슭을 타고 내려오는 사자의 포효를 듣고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1961년 영국에서 독립한 서아프리카 ‘시에라 리온’엔 사자의 포효 대신 사람의 비명이 너무 오래 울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시에라 리온’ 땅을 밟는 순간 처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처참함보다 이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격일 겁니다. 해안선을 따라 산등성이가 구불구불 물결쳐 오릅니다. 그리고 그 땅만큼 아름다운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자아이들 학교 보내기 스쿨미 캠페인은 2012년부터 시에라리온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리타운, 자유의 도시, 시에라 리온의 수도, 밤낮으로 행상들의 물결로 뒤덮입니다. 그 땀 흘리는 군중 틈바구니로 광고판이 보입니다. “에볼라 생존 아이들을 내치지 맙시다.” 수도에서 3시간여 차를 타고 가면 ‘6마일’이라는 농촌 마을이 나타납니다. 쌀 경작을 한다는데 한국 같은 바둑판 논은 없습니다. 추수가 끝난 귀퉁이 땅들은 횡뎅그레합니다. 주민들은 감자 잎 따위를 따 장에 내다 팝니다. 루시의 고향은 내륙지방 시골입니다. 엄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엄마가 채소를 캐 파는 걸로 생활했는데 밥을 못 먹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았습니다. 엄마는 루시가 프리타운 근처 고모네로 가면 공부를 더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고모네로 와보니 아이가 벌써 다섯입니다. 고모도 감자잎 같은 채소를 캐는데 한달 수입이 7~8 US달러(8000~9000원)가 고작이었습니다. 선생님이라던 고모부는 벌이가 없었습니다. 그때 이웃이었던 남편을 만났습니다. 야자술 도매상인 남편은 돈도 주고 옷도 사주며 기댈 곳 없는 루시에게 위로가 됐습니다. 그리고 12살 때 루시는 임신합니다. 고모는 당장 집을 나가라 윽박 질렀고 루시는 그날로 시댁에서 살게 됐습니다. “학교, 가고 싶죠. 그런데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남편한테 정말 용기를 내 딱 한번 말해본 적 있어요. 6학년까지만 마치고 싶다고. 남편은 안된다고, 아이들이 우선이라고 했어요. 아이들만이라도 꼭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더 좋은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쓰고 계산을 하고 그런 걸 배우면 정말 자랑스러울 거 같아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잖아요.” 루시 같이 시에라리온에서 18살 되기 전에 결혼하는 여자아이들의 비율은 2013년 정부 통계로 39%였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가 에볼라 창궐 이후 더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덮친 뒤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이 9개 지역 7~18세 아동 11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응답자 가운데 91%가 또래 소녀들 가운데 임신한 소녀가 에볼라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가족을 잃고 생활전선에 내몰린 상황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조혼, 10대 임신율, 중학교 졸업률 등을 척도로 삼은 여아기회지수 144개국 중 139위입니다. 루시가 사는 ‘6마일’ 초등학교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볼까요? ‘스쿨미’는 2016년부터 30개 커뮤니티에 아동클럽을 조직해 아이들 스스로 학교 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보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데인저 맵핑’입니다. 스쿨미는 아이들이 지목한 이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 '6마일'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 그림엔 숲 속엔 '비밀 사회 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숲으로 끌려가 이곳에서 여성할례를 당할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테레이시아 세이브더칠드런 스쿨미 담당자는 “지역 사회 안 비밀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에 나오는 뱀을 그렸네요. 다른 지역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학교를 못 가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이른 임신’ '소아마비' '도박' '체벌'을 꼽고 있습니다. ▲ '학교 중단 이유로 아이들은 '이른 임신' '체벌' '소아마비' '도박'을 꼽았습니다.
▲ 카투 초등학교 아동클럽이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카투 초등학교 어머니 클럽의 핵심 멤버인 마가렛 크포소와(56), 그가 마을에서 하는 주요 역할은 ‘긍정적 참견하기’입니다. “여자아이들의 존재의 이유가 살림이라고 생각하는 마을 남자들이 많아요. 친척들 만날 때마다 아들, 딸 똑같이 기회를 주라고 이야기 해요. 돈이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기부 받아서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요.”
글 김소민(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영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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