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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천번 폭격... 예멘 세칠 사람들 "내일 아침 눈 뜰 수 있게"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8-01-30 조회수 3992

1만5천번의 폭격..."내일 아침 눈 뜰 수 있게"

―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 예멘의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


세계 지도를 펼쳐봅니다. 125개국. 세이브더칠드런 연맹이 아동을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UN이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라 밝힌 곳은 시리아가 아니라 예멘입니다. 이곳에도 세이브더칠드런이 있습니다. 예멘 사람들은 이미 1000일의 공포, 1만5천번의 폭격을 견뎌야 했습니다. 1만명이 이미 스러져갔고 아동 40만명이 생명을 위협하는 기아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에 2015년 사우디 연합군 등 이웃 나라가 개입한 뒤 밤이면 별 대신 굉음을 울리는 전투기 떼가 뜹니다. 이 전투기들은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우디 연합군의 봉쇄로 ‘생명줄’인 구호물자조차 들어가기 힘듭니다. 콜레라, 디프테리아까지 창궐하고 있는 이곳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을 살리려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 예멘 수도 사나에서 삶은 어떨까요? 지난해 언론사 <알자지라>가 사나에서 살며 일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의 하루를 보이스 메일로 받아 팟케스트로 알렸습니다. “지금 자러 가요. 내일 눈을 뜰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그래도 예멘 사람인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아직 살아있고, 월급을 주는 직장이 있고, 아직 사랑하는 이들을 돌볼 수 있으니까요.”



 13살 노란(Noran, 가명)은 산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이제 연필을 쥐기 힘듭니다. 폭격에 따른 충격파만으로도 어린 소녀의 척추를 망가뜨리기 충분했습니다.  



 6살 부타이나(Buthaina)의 전 가족 12명이 이 폭격으로 숨졌습니다. 부타이나(Buthaina)는 이 잔해 속에서 구출됐습니다.



내 이름은 수케이나
저는 27살이에요. 두 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또 밖으로 나가고 싶어해요. 안된다고 말리기 정말 힘들어요. 저는 예멘 여자로는 좀 특별한 삶을 살았어요. 드물게 연애결혼을 했지요. 제 상관 나딘은 저보고 “햇살 같은 사람”이라고 해요. 임신했을 때 정말 정말 기뻤어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을 엄청나게 샀어요. 뭘 먹고 어떤 음악을 들어야할지 어떻게 뱃속 아이의 건강을 지켜줄지 항상 생각했죠. 그런데 임신 사실을 알고 얼마 뒤, 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밤을 겪었어요.
그 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사우디가 전쟁을 선포하면서 내전이 격해졌어요. 전투기 떼가 날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폭격이 시작됐어요. 미사일, 미사일 소리…. 남편하고 저는 벌떡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층계참에는 이웃, 아이들이 모두 겁에 질려 모여 있었어요. 모두 울면서 기도했어요. 가족, 친구들 이름을 불렀어요.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어요.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그 밤 저희는 살아남았어요. 그 후 임신기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다른 평화로운 나라의 임신부들과 달리 제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뿐이었어요. 밤에 잘 수 있기를. 그렇게 엘리야스를 낳았어요. 제 인생의 기쁨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뿐이에요. 이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는 거, 밝은 미래가 펼쳐지는 거,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 미안해요. 지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울기 싫어요…..울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거 같아요.
지금은 아침이에요. 정말 너무 너무 추워요. 원래는 아들을 어린이 집에 맡겼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부모님께 맡기고 있어요. 정말 추워요. 손가락 발가락 볼, 다 언 거 같아요. 집 안에서는 여러 겹 옷을 입고 있어요.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요. 벌써 3년째예요.
지금 출근하려고 차에 탔어요. 차 안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어요. 그러면 미사일 소리가 덜 들릴까 해서예요. 아무 일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운전할 때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 일 없을 거야.' 부정적인 생각은 떨쳐 버려야하죠. 행운을 빌어주세요. 예전에는 직장까지 5분밖에 안 걸렸어요. 그런데 폭격을 피해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두 번 이사해야 했어요. 지금은 제 형제들 가족, 부모님 저희 가족이 같이 살아요. 우회로를 거쳐 군부대를 지나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돌아 회사로가요. 
아! 이런! 사거리에서 꽉 막혔어요. 당연히 경찰은 없어요. 월급을 못 받으니까요.(내전으로 도로 등 기간 시설이 파괴되고 경찰, 의사, 교사 등은 일년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무보수로도 계속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기 길 가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네요. 모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어요. 너무 다들 지쳤어요. 아! 감사합니다. 지금 방금 사거리를 빠져나왔어요.
지금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지쳤어요. 하지만 제 하루 중 최고의 순간입니다. 아들 엘리야스를 볼 수 있으니까요. “아가야.” “엄마 엄마” “여기와. 안아 줄게. 너무 보고 싶었어. 네 양은 어디 뒀어?”
할머니 휠체어에 앉아 있어요. 여기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거든요. 밤. 미안해요. 저는 정말 화가 나요. 잠깐. 저 전투기 소리. 그리고 이 소리를 들어보세요. ‘삐~~~~’ 이 소름 끼치는 소리가 제 일상의 소리예요. 경보음이에요. 그나마 저는 월급을 받으니 태양열 발전기를 살 수 있었어요. 그 발전기 덕분에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 소리는 이제 더 전기가 없다는 경보음이에요. 암흑의 밤이 올 거예요.


내 이름은 아나스
열정이 많은 사람인데 요즘엔 가끔 무기력이 덮쳐옵니다. 한 살짜리 딸을 둔 아빠예요. 지금은 아침입니다. 해가 반짝이네요.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요. 움직이면서 몸을 녹이는 거예요. 난방할 수단이 없거든요.
자, 지금은 점심 시간입니다. 군부대 주변으로 왔어요. 거기 말고는 갈 곳이 없어요. 길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네요. 지금 이 시간에 사람들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요. 지금은 폭격이 일어나는 시간이 아니거든요. 시장, 식당 다 바빠요. 그리고 몇 시간 뒤 이 거리가 다시 텅 빌 거예요.
연료를 아끼려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요. 저는 최대한 천천히 운전해요. 지금은 밤 11시예요. 지금 자러 갈 거예요. 아주 아주 아주 추워요. 예멘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추운 때예요. 격투기들이 하늘을 나르는 소리만 들리는군요. 자동차 소리, 사람들 말 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저 전투기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 자러 가면 내일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정말 너무 견디기 힘든 일이에요. 그나마 저는 월급을 받으니 태양열로 전화기를 충전할 수 있어요. 정말 행운이에요. 매일 밤 저는 딸이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딸이 잠들어 저 폭격 소리를 듣지 않기를…. 격투기들이 아직도 하늘에서 비명을 지르네요. 아기가 괜찮은지 확인해 볼게요.”


 극심한 영양실조 아동이 40만명, 이 상태로 가면 올해 말엔 그 수가 6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 이름은 나딘
수케이나와 아나스의 상관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고 있는 영양 클리닉에서 본 한 어머니를 잊을 수 없습니다. 18개월 된 아기였어요. 너무 약해서 울 때 소리를 못 냈어요. 아기는 눈물도 흘리지 못했어요. 너무 물을 못 마셔 탈수가 심했어요. 너무 말라 숨쉴 때 갈비 뼈 사이로 허파를 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엄마는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아무 반응이. 너무 고통이 큰 거죠. 그저 “나는 아이를 먹일 돈이 없다”고만 했어요. 원래 하자 마을 출신인 이 어머니는 마을이 폭격 당하자 아이들과 함께 사다로 피난 갔어요. 거기가 또 폭격 당했어요. 다시 헤데이다로 피난했어요. 거기가 또 폭격 당했어요. 그리고 다시 사나까지 온 거예요. 이 아이 전에 벌써 아기 하나를 잃었어요.
사우디의 봉쇄정책으로 연료와 음식을 수입해 들여오기 불가능합니다. 구호물품을 들여오기도 힘겹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벌이고 있는 급수 사업은 예멘 사람들에겐 생명줄이에요. 그런데 트럭에 쓸 연료가 부족해요.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면 펌프를 돌려야 하는데 펌프를 돌리기 힘들어져요. 이 물이 없으면 수인성 질병이 창궐할 거예요."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집계를 보면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에서 60만명을 지원했으며 그 가운데 절반은 아동입니다. 식량, 위생 용품, 교육 용품을 나누고, 보건 시설을 정비하고 설사, 수분보충, 영양실조 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케이나, 아나스, 나딘….내일 눈을 뜰지 확신할 수 없더라도 그들은 오늘 아이들을 살리고 있습니다.


 예멘 상황을 정리한 <알자지라> 동영상 보기


  김소민(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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