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대지진 1년] 고통스러운 딜레마, 당신의 선택은?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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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2-20 조회수 1887 |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사무소장 라샤 무레즈(Rasha Muhrez)는 16년 이상 국제 NGO에서 활동해온 인도주의 전문가입니다. 시리아, 예멘, 니제르, 수단 등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아프리카와 중동의 인도주의 위기에 대응해왔습니다. 지난해 시리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이후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대응 책임자로 근무하며 직접 경험하고 들은 아동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를 바라보는 시리아 소년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지난해 대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하고 5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 저를 포함한 많은 시리아인의 마음속에 떠오른 질문입니다. 불행하게도, “그렇다”라는 답이 마음속에 울려 퍼집니다. 열여섯 살 난 친척 동생 나야의 소셜미디어는 1년 내내 슬픔으로 가득한 게시글뿐이었습니다. 두 살 많은 언니 마야를 지진으로 잃은 뒤로 온통 검은색 이미지와 슬픔으로 가득한 이모티콘으로 가득 채워졌죠. 시리아 야블레(Jableh)에 있던 고향 집이 무너지면서 10대 사촌 두 명과 가족 세 명이 숨졌습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국제 사회의 무관심 속에 수색과 구조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가족들이 사고 현장으로 서둘렀지만 대다수의 시리아인처럼 차편이나 연료를 구할 수 없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토록 춥고 어두웠던 겨울 아침, 이웃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맨손으로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구조대는 한발 늦게 도착했습니다. 사촌들의 시신을 발굴했을 때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었죠.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까? 더 나은 공공서비스가 있었다면 어린 친척 동생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자문하며 1년이 지나는 동안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는 작년 1,530만 명에서 올해 1,67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약 13년 전 분쟁이 시작된 이래로 최고치입니다. 인도주의 전문가들은 예산은 삭감됐는데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하는 딜레마를 마주했습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기아를 예방할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과제를 받아 들었습니다. 지난 16년간 세이브더칠드런과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일해온 저는, 시리아의 다음 세대가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해결책은 점점 줄어드는데, 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 비가 온 뒤 진흙으로 변한 시리아 난민촌 풍경 분쟁, 기후, 무너진 경제 지진 이후 12개월 동안, 시리아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재점화된 분쟁, 기후 변화, 무너지는 경제. 지난 10월에는 5년 만에 최악으로 고조된 분쟁이 북부 시리아를 강타했고, 지난 1월 남부와 중부 시리아에 가해진 지역적 공습은 아동의 삶을 위협했습니다. 유엔 보도에 따르면 가정 3곳 중 1곳에서 아이들이 정신적 고통의 징후를 보였습니다. 경제적 제재로 위기가 계속되면서 평범한 시리아인들의 삶은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화했습니다. 작년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기본 필수품이 사치품으로 탈바꿈하는 최악의 해였습니다. 무려 90%에 달하는 가구가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필수품을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죠. "간신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물건값이 너무 올랐어요. 땔감을 살 돈이 없습니다. 길에서 플라스틱을 줍거나 가진 걸 다 태워서 난방하는 수밖에요.” 자이나 씨는 시리아 락까 지역의 실향민 캠프에서 자녀 여섯 명을 키웁니다. 너무나 많은 가족이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 것과 집에 난방을 하는 것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혹독한 겨울마다 떠밀리듯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올해는 기후위기로 유독 심각했습니다. 극심한 폭염과 이상 강우 현상으로 7월에는 끔찍한 산불도 발생했습니다. ▲ 시리아 난민촌의 열악한 생활 환경 늘어나는 수요와 줄어드는 기금 이처럼 수요는 급증했지만, 원조 기금은 축소됐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초 자금 부족을 이유로 시리아 내 주요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대부분 중단했습니다. 더 시급한 재난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시리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줄고 있습니다. 돈을 떠나 더 두려운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가 시리아인들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요? 시리아는 여전히 세계 강대국들의 격전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는 간과되고 있죠. 지난해, 가족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경험한 뒤로 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진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시리아를 재평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저는 시리아인이자 인도주의 전문가로서, 지진이 국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다음 세대를 원조에 의존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아이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죠. 하지만 상황은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난민 캠프의 아이들 한계에 도달한 아이들 제 사촌 동생 나야처럼 많은 아동이 분쟁과 지진 연타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여동생을 잃고 학교로 돌아간 나야를 위한 지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시리아 아동의 70%가 슬픔 속에 있음에도 어린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신 건강 지원은 전무합니다. 유엔은 자격을 갖춘 정신 건강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지난 10년 동안 시리아를 떠났다고 보고합니다. "저는 아직도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껴요. 지진만 무서운 게 아니에요. 폭탄 수십 개가 우리 캠프로 떨어졌어요" 시리아 북부에 사는 8살 소년은 지진이 아닌 폭격으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어머니는 원조에 의지해 살고 있지만, 간신히 빵을 살 정도죠. 엄마는 어린 아들이 지속적인 두려움 속에 살며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진이 강타한 많은 지역은 지난 5년간 분쟁의 중심지였습니다. 지진은 전선 따위는 아랑곳 않았고분쟁을 견디던 지역사회는 황폐화됐습니다. 이미 정신적, 신체적, 재정적으로 한계점에 있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죠. 작년에 시리아를 운전하면서, 저는 지진 이후 난방도 전기도 없는 피난처에 살아야만 했던 수백 명의 사람을 보았습니다. 원래도 가진 것 없던 사람들이 지진에서 살아남은 뒤로 서로를 도와야 했습니다. 13년에 걸친 분쟁은 지진 피해를 키웠습니다. 이미 분쟁으로 파손됐던 건물들은 지진에 손쉽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기초로 없이 총알 흔적이 남아있는 집들, 교전으로 거의 무너진 학교들도 파괴됐습니다. 대규모 피난으로 인구가 밀집됐던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사망자 수가 발생했고요. 자연재해는 누구도 막을 수 없지만, 분명 우리의 대응은 개선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사회심리지원 세션에 참여중인 마라(11세, 가명)와 친구들 미래는 있는가? 지진으로 전 세계는 다시 시리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성찰과 변화를 위한 기회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시리아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복구해야 합니다. 손상되거나 황폐해진 사회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과 학교를 만들고, 교사들을 훈련하고 적절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직업을 가지고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식량 지원에 덜 의존하도록 농업을 지원하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아동과 가족들이 경험한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적절한 정신 건강 지원도 제공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이를 위한 자금이나 지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재정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재원이 줄어드는 상황에 같은 방식으로는 아동을 위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오늘날 세계에는 분쟁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모든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하고 존엄하며 희망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집단적인 노력과 지원, 그리고 의미 있는 변화에 대한 헌신이 있을 때 시리아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를 희망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지진을 기억하면서 시리아 국민의 계속되는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번역 커뮤니케이션부문 신지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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