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1년, 아동의 안녕을 묻다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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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5-07 조회수 2307 |
“세계보건기구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보건비상사태를 3년 4개월만에 해제했습니다. 사망자나 중환자수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한 건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엔데믹’ 논의가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관련글 :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엔데믹’ 성큼(JTBC, 2023. 5. 6. WHO)(🔗) 일 년 전인 2023년 5월 5일, 3년 4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코로나19 펜데믹이 해제되었습니다. WHO의 발표에 맞춰 우리나라도 5월 11일, 코로나19에 대한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람들의 기대가 공기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모습과 마스크를 벗은 모습에 어색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어느덧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분은 코로나19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아동에게 코로나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라고 하였습니다. 보이는 것처럼 이 아동은 코로나를 ‘감염’이라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선주 (🔗기사 바로가기) ‘안녕일보’ 라선주 기자가 만난 아동은 코로나19를 ‘감염’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기자들과 함께 ‘안녕일보(🔗링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안녕일보’는 코로나19기간 아동의 권리가 잘 지켜졌는지, 재난이 더 힘겹게 다가온 아동은 없었는지를, 아동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전합니다. 무거워지는 몸과 마음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아동들의 몸과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학교에서 먹던 급식이 중단되고, 보호자가 부재한 아동들은 라면, 패스트푸드, 자극적인 배달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머무는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점점 우울감과 고립감이 깊어졌고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꾸며져야 할 아동들의 하루하루가 색을 잃어갔습니다. “온라인 수업 덕분에 늦잠을 자다 보면 아침은 거른 채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점심식사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 라면이나 과자로 대충 때웠다. 이쯤 되니 학교에서 나온 급식이 얼마나 균형 잡힌 식단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체중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 이아정 (🔗기사 바로가기) 빼앗겨 버린 운동장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야 할 운동장과 놀이터가 텅 비어있습니다. 감염병은 아동들이 소리치며 뛰어 놀 자유를 빼앗아 갔습니다. 체험학습이나 운동회 등 학교에서 진행하는 단체 활동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뿐인 수학여행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시간도, 공간도, 기회도 잃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놀이터도 갔습니다. 엄청 재미있게 놀았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되자 어린이집도 자주 못 가고 놀이터도 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끈질기게 따라다녔습니다.”– 이서윤 (🔗기사 바로가기) “운동회다! 저는 작년 처음, 이 말을 외쳤습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동안 운동회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운동회도 하지 않고, 짝꿍도 없고, 단체 생활이 모두 취소되어 재미없이 생활했습니다.”- 이수현 (🔗기사 바로가기) “코로나19가 계속 되어 생존 수영, 체험학습 등 못한 것들이 많다. 학예회는 영상을 찍어 보내는 등 재미있는 활동들이 아쉬움만 남기고 끝나버렸다. 거리두기 때문에 마음거리도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학년이 되자 답답했던 급식 칸막이가 사라졌다. 생존 수영, 자전거 등 더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이제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도 줄어드니 기분이 좋았다.” –한정원 (🔗기사 바로가기) 더 커진 학습 격차 벌어진 학습 격차는 가장 많은 아동 기자가 지적한 문제였습니다. 학교 교육이 중단되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혼자서 수업을 들을 공간이 없거나, 수업을 들을 기자재가 없는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아동을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아동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모니터 속 작은 화면을 통해 보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모습에 집중하기에 아동들은 너무 어렸고, 3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었습니다. “교육부 정책으로 학원도 나가지 못하던 어린 아이들은 아무런 수업도 받지 못한 채 교과서나 들춰보며 연신 한숨을 내 쉴 수 밖엔 없었다. 아무런 가르침도 받지 못한 나날들이 지났다. … 선생님도 없고, 부모님도 계시지않는 시간, 15살짜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천예은 (🔗기사 바로가기) “지속적으로 연기되는 개학을 앞두고 이 시기를 기회로 여기며 자신의 학습공백을 메꾼 친구가 있는 반면에, 나의 경우 그간 쌓아왔던 학습활동이 무너지는 시간을 겪었다. 특히 나는 당시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 졸업과 함께 학습이 중단된 이후, … 소위 ‘잘하는 애’로 불렸던 나는 … 코로나19 이후 뒤쳐진 아이가 되었다.” – 장연지 (🔗기사 바로 가기) 아이들의 “코로나 전쟁”은 이어진다 – 김가온 (🔗기사 바로 가기) “코로나19 대응 시, 차별 없이 모든 아동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코로나19에 대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성명서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재난 상황이었지만, 어떤 아동들에게는 더욱 무서운 얼굴을 했고, 어떤 아동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해, 아동의 권리를 지켜내는 것은 국가와 어른들의 책임이고 역할입니다. 먼저, 재난 시 아동의 정신 건강 지원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며 많은 아동이 우울, 불안감 등을 호소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코로나19 이전 8.31점에서 7.36점으로 크게 떨어집니다.* 재난으로 아동의 정신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전문가 상담 연계 등 정부의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며, 위기 아동과 양육 부담을 느끼는 가정 등 가정 내 위기 상황을 발굴하고 신속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사회적으로 구축되어야 합니다. 학생과 가장 가까운 학교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학교 밖 아동을 위한 센터도 아동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하고 위기상황에서도 중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안녕일보 아카이브’에 모인 아동의 사례와 대안을 보고서로 묶어 2025년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돌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돌봄 체계 강화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 기간 양육자의 돌봄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증가하거나 식사, 학업 등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돌봄에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35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4%의 아동이 이전에 비해 배달,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었다고 하였으며, 4.9%의 아동은 보호자가 식사준비를 해주지 않았다고 응답하였습니다. 31.6%의 아동이 보호자 없이 가정에 머물렀으며, 6.5%의 아동은 병원이나 보건소에 보호자가 동행해주지 않았습니다*. 돌봄에는 빈틈이 발생해선 안 됩니다. 특히, 한부모 가정, 장애아동 가정 등 돌봄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곳에 가정과 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돌봄 지원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 세이브더칠드런, 헝겊원숭이운동본부(2023). 코로나19 아동청소년 사회적 자본 설문조사 결과보고 재난대응 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내 재난 대응에 있어 아동 중심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동이 겪는 위험을 해소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재난 이후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회복을 돕기 위한 방안 등을 담은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관련 법제 정비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뉴얼에 아동의 경험과 의견이 충분히 담길 수 있도록 아동 참여를 기반으로 제작 되어야 하며, 아동 최선의 이익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재난의 대비와 대응에 있어 아동은 변화의 주체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이 자라며 드러나게 될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시 올 위기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더욱 자세히 아동의 삶을 살피겠습니다. * 임세희 외(2021). 재난 대응 아동보호 매뉴얼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아동권리보장원 ※ 세이브더칠드런은 ‘안녕일보 아카이브’에 모인 아동의 사례와 대안을 보고서로 묶어 2025년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글·사진 권리옹호부문 김소영 정리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예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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