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를 만드는 방글라데시 보건사업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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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0-31 조회수 218 |
평균 280일.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모와 아기 모두의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고 검진을 받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산부는 최소 4회 이상의 산전 관리를 받아야 하고, 전문 의료인력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출산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요. 또한, 출산 후에는 2일 이내 적절한 산후 관리를 받아야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건 서비스를 누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는 임신·출산 과정에서 예방 가능한 원인으로 사망하는 여성과 신생아가 많습니다. 오늘은 세이브더칠드런이 방글라데시에서 임산부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위해 사회적 행동변화 커뮤니케이션 (Social Behavior Change Communication, 이하 SBCC)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낸 이야기를 나눠드립니다.
왜 병원에 가야 하나요? 유엔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28만 7천 명의 여성이 임신·출산 중 사망했고, 신생아 사망의 75%는 생후 첫 주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UN은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에서 건강과 복지 증진 목표를 3번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모성 사망비 10만 명당 70명, 신생아 사망률 1천 명당 12명까지 낮춘다는 세부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 방글라데시 랑푸르 주에서 모자보건 시스템 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2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은 1천 명당 29명, 신생아 사망률은 1천 명당 17명에 달해 아동이 건강하게 생존할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방글라데시 북서부에 위치한 랑푸르 주는 수도 다카에서 멀리 떨어진 보건 소외지역으로, 랑푸르 지역의 임산부들은 우리나라처럼 언제든지 의사를 만나거나 보건의료시설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시설이 노후하고 보건 인력 및 의약품이 부족해 신생아와 임산부가 공공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보건의료시설을 찾아갈 필요성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가부장적인 문화로 인해 임산부 스스로 출산과 관련된 선택을 내리기 어려워 모자보건 서비스 이용이 활발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산후관리 없이 집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웠습니다.
관습을 바꾸는 커뮤니케이션 ▲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참석하는 SBCC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석자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산부들이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모자보건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보건의료시설과 인력을 찾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이브더칠드런은 임산부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위해 사회적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Social Behavior Change Communication, 이하 SBCC)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현장에서 SBCC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자밀라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SBCC 메세지 전달을 위한 민속 공연 프로그램 Q. SBCC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SBCC는 ‘사회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 (Social Behavior Change Communication)’의 약자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개인과 지역사회의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입니다. Q. 현재 방글라데시 랑푸르 지역에서 어떤 SBCC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요? A. 저희 사업에서는 SBCC를 통해 산전 관리, 안전한 출산, 산후 관리와 같은 모성과 관련된 중요한 건강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요. 어렵고 복잡한 보건 정보를 지역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라디오 방송이나, 민속 전통 공연, 연극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서 참여를 높이고 있어요. 안전한 출산을 위해 모성 건강의 중요성을 알려 출산 전후로 검진을 받도록 독려해 모성 사망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SBCC 메세지 개발 연구를 위한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의 토론 모습 Q. 모성 사망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SBCC 프로그램을 통한 행동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SBCC 프로그램은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닌, 수혜자들과의 대화와 공감을 통해 이루어져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 규범을 지역사회가 스스로 개선해 나가려면 모든 구성원이 참여의 주체가 될 필요가 있죠. 또한, 전문 의료 인력과 주민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누구나 자기 스스로 건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스스로 더 나은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자신감을 높여주는 거죠. Q. 평생 가정에서 출산을 해온 지역주민들의 행동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A. 네, 맞아요. 임산부가 교육을 통해 보건 지식을 가지더라도 지역사회의 인식은 천천히 변하고 있어요. 방글라데시 문화에서는 출산 방법이나 장소를 남편과 시어머니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조혼 비율이 50%에 가까워서 어린 임산부가 의사 결정을 내릴 힘이 부족했죠. 보건의료시설에 가는 결정을 남편과 시어머니가 내리기 때문에 가족의 지지가 매우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연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임산부의 가족, 즉 남편과 시어머니를 대상으로 맞춤형 메시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나 때는 아무 서비스도 이용하지 않고도 아이를 잘 낳았다고 말하는” 시어머니에게는 왜 며느리를 보건의료시설에 보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남편을 대상으로 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개발하고요. 이렇게 대상자에 맞춰 SBCC 메시지를 세분화했을 때, 임산부의 행동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의 조혼을 막다
▲ 조혼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 캠페이너 이처럼 사회적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입니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바꿔나갈 수 있어서 지역사회 내 오랫동안 뿌리 내린 문화적 관습을 바꾸는데 도움이 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방글라데시에서 여전히 널리 시행되는 조혼을 근절하기 위해 사회적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합니다. 실제로 사업 지역에서 조혼의 위험성을 알려 아동의 결혼을 예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15세 소녀 아리(가명)의 삶을 뒤바꿀 뻔한 사건을 들어볼까요? ▲ 청소년 여성 상담 봉사활동 중인 아리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방글라데시 랑푸르 필간즈에 살고 있는 15세 아리(가명)입니다. 저는 올해 결혼을 할 뻔 했지만 세이브더칠드런 덕분에 조혼에서 벗어났어요. Q. 프로그램에서 배운 내용이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A. 지난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거기서 조혼의 부정적 영향, 청소년 엄마들이 출산 중에 겪는 위험, 조혼 강요에 대처하기 위한 정보를 배우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연락처도 알게 됐어요. 저희 부모님은 결혼을 강요했지만, 저는 학교에서 더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부모님은 결혼을 강행하려고 했지만 정부와 세이브더칠드런에 도움을 요청했고요. 덕분에 부모님을 통해 비밀리에 준비되던 강제 결혼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Q.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었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지금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조혼 예방 SBCC 교육에서 인플루언서로 자원봉사하고 있어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또래 소녀들이 조혼의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지속적으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조혼 강요를 받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정부 관계자에게 알리고 결혼이 진행되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와 제 또래들이 건강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거예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방글라데시 랑푸르 지역에서 진행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사회적 행동 변화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빈곤과 조혼 그리고 모성 사망의 악순환을 끊고, 지역 주민의 인식을 변화시켜 제도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방글라데시의 많은 아리들과 함께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고,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글 국제사업부문 김유정, 김지은 편집 신지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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