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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 아빠의 말리 이야기 5 - 드디어 찾아온 망고의 계절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09-06-15 조회수 30235

말리의 가장 남부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시카쏘 지역은 사하라사막이 위치한 북부지역과는 달리 연중 푸르름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강수량이 연간 1300mm나 되고 우기도 다른 지역보다 한달 정도 먼저 시작됩니다.
 
보통 아프리카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를 보면 풀 한 포기 없는 황폐한 땅에 굶주리고 있는 아동들, 끝나지 않는 내전, 무기력하고 삶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아프리카의 전부라 생각하면 정말 큰 오해입니다. 당장 시카쏘 시내만 벗어나면 상추, 당근, 파, 마늘,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푸르르고 생명력 있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이 트는 새벽부터 열심히 논과 밭에서 일하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카쏘 주변 농촌 풍경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아프리카에 오면 ‘세렁게티’ 같은 동물의 낙원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만, 이곳에 와서 본거라곤 고작 누군가가 집에서 키우는 원숭이 한 마리가 전부 입니다. 깊은 숲 속에 들어가면 악어를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그럴 용기는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사무실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곳 시카쏘도 불과 10 여 년 전만 해도 야생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시카쏘의 상징이 코끼리일 정도로 코끼리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들의 ‘침입’이 시작되면서 동물들이 종적을 감추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웃나라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를 향해 이동하는 엄청난 코끼리떼를 시카쏘 시내에 세워진 코끼리 동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니 아쉽기만 합니다.

                              
 
                                                               시카쏘 시내의 코끼리 동상
 
지금 시카쏘는 망고의 천국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망고의 계절이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망고들이 탐스럽게 열려있습니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어른 주먹 두 개 만한 크기의 커다란 엘리펀트 망고, 붉은 빛의 애플 망고 등 30가지가 넘는 망고가 있다고 합니다. 엄청 큰 망고 한 개가 망고철에는 시장에서 20세파, 한국 돈으로 50원 정도이고 그나마도 마을에서 사면 가격은 반의 반 값도 안됩니다. 맛도 너무 좋아서 그 향과 달콤함이 어떤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며칠 전 사무실 앞에서 쟁반 가득 망고를 담아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고 있는 두 자매를 만났습니다. 머리에 오렌지나 땅콩 등을 이고 동네를 다니며 파는 어린 행상들은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언니는 초등학교 6 학년 정도, 그리고 동생은 1학년 정도 나이로 보였습니다. 한참 친구들과 뛰어 놀고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에 망고를 파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두 쟁반의 망고를 모두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값을 후하게 쳐줬는데도 모두 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1,8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횡재(?)에 두 자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지지만 이제 내일이면 또 다시 쟁반 가득 망고를 이고 쨍쨍 내려 쬐는 태양 아래 이곳 저곳을 다녀야 합니다. 하루 종일 둘이 고작 1,800원의 돈을 벌기 위해서 41~2도를 넘나드는 뙤약볕에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니…… 생각할수록 너무도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기를 업고 망고를 파는 아낙네들
 
예기치 않게 생긴 한 아름의 망고를 동네 아동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어린이들은 그저 신이 났습니다. 그런 어린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노라니 잠시 마음이 좋아졌지만 저 멀리 사라져 가는 두 자매의 뒷모습은 한동안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습니다.
 
값이 매우 저렴한 과일, 농산물과 달리 이곳 말리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지역의 공산품 물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쌉니다. 공산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 하다시피 하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항구가 없는 내륙국가 말리는 운송료가 추가로 발생하여 가전제품 등의 공산품 가격이 한국의 2~3배에 달합니다.
 
가는 곳마다 망고 열매가 넘쳐나는데, 망고주스는 이웃나라 부르키나파소, 이집트, 심지어 망고도 나지 않는 한국에서까지 수입이 되어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망고 노점
 
요즘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노란 망고의 물결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고마운 망고가 이제는 마음뿐 아니라 이곳 말리 사람들의 삶도 풍요롭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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