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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혹독한 겨울 태풍이 레바논과 시리아를 강타했습니다.
영하의 기온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은 임시 거처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이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최근 폭설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레바논 북서부를 휩쓸었고 비공식 정착촌에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의 텐트가 침수됐습니다. 국제구호개발NGO 세이브더칠드런은 112개의 난민 캠프에서 약 15,134가구가 텐트를 비롯한 모든 재산이 물에 휩쓸려가는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 레바논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 캠프가 홍수로 물에 잠겨있다.
영상과 영하를 오가는 추위 속에 태풍과 함께 내린 눈이 녹은 데다가 계속되는 폭우로 레바논을 가로지르는 리타니 강(Ritani River)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강 주변 지역을 비롯한 시리아 북서부 전역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레바논과 이웃한 시리아 난민 정착촌의 임시 텐트에 거주하던 7만 명의 난민들이 잘 곳을 잃고 영하의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인 3만 5천명이 아동입니다.
폭설과 폭우가 시작되고 급격히 불어난 물로 레바논 베카(Bekaa) 지역의 텐트 315채가 침수됐습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캠프 주변의 비포장 도로를 진흙탕으로 만들었고 저지대를 따라 형성된 급류가 텐트를 덮쳤습니다. 미처 챙기지 못한 옷가지와 침대가 흙탕물로 뒤덮였고 간신히 몸만 탈출한 가족들은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 아이들과 자고있는 한밤중에 물이 들이닥쳤어요. 난방 기구나 화로도 없고, 매트리스나 담요도 없는 상황입니다.
비 때문에 날이 너무 추워서 아이들이 감기와 독감, 기침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이번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시리아 이들리브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알리야(Aliya, 가명)가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레바논에서 가장 큰 난민 캠프를 수용하고 있는 바 엘리아스(Bar Elias)시의 아동들은 지역 센터와 사원으로 대피했고 가족들은 이미 무릎까지 차오른 텐트에서 남은 물건들을 건져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텐트를 비롯해 식량 등 보급품까지 물에 떠내려간 뒤라 수 천명이 피난처 없이 겨울을 보내야합니다.
▲ 물에 떠내려가 텐트 주변에 흩어진 물건을 옮기고 있는 주민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은 홍수로 도로가 차단되면서 캠프에 고립되는 가족이 늘고 있습니다. 바깥 세상과 차단된 상황에서 출산이나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이송하려면 어깨에 환자를 업고 깊고 차가운 진흙 웅덩이를 헤쳐나가야 합니다.
습하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젖은 옷이 마르지 않아 체온 유지가 어려운 탓에 병에 걸리는 아동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같은 지역에서 추위로 목숨을 잃은 아동들이 있는 만큼 올해의 상황은 더욱 참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를 입은 가족들은 더 이상의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 호소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동부 하마(Hama)에서 온 10살 소년 마헤르(가명)는 이들리브(Idlib) 난민 정착촌에 살고 있습니다. 마헤르는 폭풍우가 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밤이 되면 너무 추워요.
비가 많이 온 날에는 가족들이 다 같이 더 높은 지대로 텐트를 옮겨도 보고 불도 피워봤지만 전부 물에 잠겨버렸어요.”
홍수 피해로 많은 학교들이 휴교한 탓에 마헤르를 비롯한 아동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긴급구호 책임자 소니아 쿠슈(Sonia Khush)는 연이은 자연 재해로 아동들과 임산부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난민 정착촌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아동과 가족들은 최소한의 방어책에 의존해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영양이 부족한 상황에서 악화된 날씨로 인해 특히 아동들이 질병에 걸리기 취약한 상황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보건 시설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주로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에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나 눈과 귀가 감염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임산부와 아동들에게 빈혈 증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분쟁으로 인한 폭력과 이주에 대한 위협으로 아동들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과 함께 분쟁 당사자들이 합의된 결과를 도출해서 백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 아동들의 고통을 덜어야 할 때입니다.”
▲ 수해를 입은 레바논에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이번 자연재해는 분쟁으로 취약해진 지역에서 더 큰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8년간 분쟁 상황이 지속되었고 지난 몇 주간 심화된 폭력 상황으로 긴급 구호 물품이 적절한 시기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약 천 3백 만 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가운데 새로운 태풍이 올 것으로 예상돼 걱정을 더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000여개의 담요와, 침낭, 방수포를 제공했고 비누, 치약, 칫솔, 생리대가 포함된 300개의 위생 키트를 배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아동들과 가족들이 난방 연료와 담요 없이 얼어붙은 추위에 노출된 만큼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원 규모를 늘릴 예정입니다.
글, 번역 신지은(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