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울, 인천, 수원 등 신학기를 맞아 중고등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작년 대비 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곳은 지원하고 어떤 곳은 지원하지 않다 보니 전국 모든 지역 아이들이 교복무상지원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복 값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벌에 30만원. 교복 한 벌 값도 부담스러운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신학기’이라는 단어가, 아이들의 가슴을 뻐근하게 했습니다.
※ 아이들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합니다
정민이네 이야기, “할머니, 나 멋있다”
정민이(가명, 14세)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가 집을 나가면서 정민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정민이에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입니다.
“새벽 6시 20분에 집에서 나가야 아침 7시까지 밭에 들어갈 수 있어요. 겨울엔 밭일이 거의 없고 일이 많을 땐 100만원 겨우 벌어요”
정민이네 할머니가 저녁 6시까지 꼬박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해 버는 유일한 수입입니다. 할아버지는 2018년 3월에 전립선암 수술을, 10월엔 위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품을 팔 정도로 회복한 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정민이를 위해 당장 새 교복 한 벌 맞춰주기도 어려웠습니다.
“교복을 어떻게 구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거기(가정위탁지원센터 담당) 선생님이 교복비 주겠다고 하셔서 한시름 놓았어요. ‘천천히 사야겠다’ 그랬는데…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됐어요. 일일이 다 말 안 해도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한 번씩 오셔서 아이도 보고 가고, 부모 교육도 해주시고…”
할머니는 정민이가 처음 교복 입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교복 입어 보더니 ‘할머니, 나 멋있다’ 그러더구먼요. 중학교 가서도 지금처럼만 해달라고 했더니 ‘당연한 걸 뭘 그러냐’ 하대요. 지금까지 잘해줘서 그저 고마워요”
▲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전달한 교복비 구입한 교복들
상준이네 이야기, “성인 돼 취직하면 내가 보호자야!”
상준이(가명, 17세)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오래전 남편과 이혼한 상준이네 엄마는 18년 전 강직성 마비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동휠체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 제대로 된 경제활동도 하지 못합니다. 상준이네 생활비는 국가지원비와 후원금이 전부입니다.
“상준이가 어렸을 때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는데 올려주지 못해 쫓겨난 적이 있어요. 그때가 애랑 둘이 지내면서 처음으로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밥은 먹고 사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2월에도 ‘교복 사야지’ 생각은 했는데 (세이브더칠드런) 선생님께서 알아서 챙겨주셨어요. 못 받았다면 사는 게 더 빡빡하게 느껴졌을 텐데… 고맙고 또 고맙죠. 후원금으로 공부하니까 고등학교 가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니 ‘성인이 돼 취직하면 내가 보호자야!’ 하면서 큰 소리 치대요. (웃음) 애가 착해요. 그래서 애한테 고맙고 바라는 것도 없어요. 그냥 이다음에 열심히 일하고 친구들하고 여행도 가고, 그런 일상에서 배워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 교복을 구입하고 남은 금액으로 구입한 체육복들
영훈이네 이야기, “교복이 예뻐 보였어요”
영훈이(17세, 가명)네 엄마는 영훈이가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2018년 아빠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영훈이네 할머니는 허리통증으로 제대로 걷기도 힘듭니다. 작년 말, 할머니는 고관절 수술을 받아 영훈이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할머니는 좀 좋아지셨는지 묻자, 내내 차분하게 답하던 목소리와 다르게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할머니 퇴원했어요. 많이 좋아지셔서 걸어 다니세요. 다행이에요” 영훈이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3월 4일 입학식 날 학교에서 교복을 받았습니다. 영훈이에게 입학 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처음 교복 입었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
“학교에서 단체로 교복을 맞춰서 입학식 날 받았어요. 집에 와서 입어봤는데 교복이 예뻐 보였어요. 할머니도 ‘우리 아가, 예쁘다’ 하시고… 좋았어요. 근데 교복 바지가 좀 커서 줄였어요”
학교생활은 어때요?
“신나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형들하고 노는 것도 재미있어요. 주로 잡담(?)하면서 노는데 별건 없어요. 그냥 같이 웃고 떠드는 게 재미있어요. 방과 후 활동으로 사물놀이 반에 들었어요”
올해 제일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지금이 아주 좋아서 계속 지금 같았으면 좋겠어요. 친구들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정말 좋아요”
특별히 좋아하는 과목이 있나요?
“역사랑 사회가 재미있어요. 수업시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오는 과목이기도 하구... 수학은 잘 못 하는데 알고 나면 쉬워져서 수학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할머니께 전하고 싶은 말은?
“할머니, 앞으로 잘할게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도 열심히 다닐 테니 아프지 말아요”
▲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전달한 교복비로 구입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는 장롱 속 깊이 넣어둔 겨울 패딩을 다시 꺼내게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젠 얇은 외투 하나만 걸쳐도 춥지 않습니다. 새 교복을 살 수 없어 학교를 포기하고 싶었던 아이들도 무거웠던 감정을 마음 깊은 곳에 묻었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봄을 맞을 때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픔이 아닌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후원자님,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하는 아이들이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내아동 신학기 교복지원 프로젝트■ 2019년 총지원 아동수 218명 (하반기 지원예정 포함)
세이브더칠드런은 빈곤으로 위기에 처한 가정과 아동에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주거환경개선비를 지원하는 저소득가정아동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아동 신학기 교복지원 프로젝트는 저소득가정아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신학기 교복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 아동 218명에게 교복과 신학기 물품 구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교복비 30만원을 전달해 남은 금액으로 체육복(혹은 실습복), 가방, 운동화 등 신학기에 필요한 물품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
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이정림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