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가 된 세상을 다시 세우는 아이들의 힘 ①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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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6-25 조회수 4173 | ||
황무지가 된 세상을 다시 세우는 아이들의 힘 ①
재난이 휩쓴 땅, 아이들이 쌓아올리는 미래 “아이들은 재난에 가장 취약한 존재이지만 변화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국가의 재난관리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재난위험경감총회에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캄보디아 여학생 이엔(20)이 재난에 처한 전 세계 아이들을 대변해 국제사회 정상들을 향해 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9살이었던 지난 2003년 태풍이 불러온 전염병과 교육 중단의 위기 속에서도 아동위원회의 리더로 활동하며 마을지도를 그려 주민들에게 마을 내 위험지역과 대피로를 알리고 학교 교육과정에 재난위험경감(Disaster Risk Reduction) 교육을 포함할 것을 정책 결정자들에게 촉구하는 등 재난에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이엔. 당시의 경험을 통해 이엔이 배운 것은 재난은 얼마든지 대비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난의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는 이는 아이들 지진과 홍수, 태풍, 가뭄과 같은 재해가 닥쳤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유엔은 재난의 영향을 받는 전체 인구 중 50~60%가 아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만 100만 명에 달하는 아동이 재난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재난 속에서 아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단지 살던 집을 잃거나 가재도구가 떠내려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가족과 헤어지거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은 재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부모님 대신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생계를 돕기 위해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심각한 경우 아동 밀매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지난 4월과 5월 잇따른 강진이 덮친 네팔에서도 집을 잃은 아동이 32만 명, 긴급히 교육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95만 명, 영양실조 치료가 필요한 영유아가 8만 5000명에 이를 정도로 재난은 아동의 삶에 광범위하고도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소외되고 배제되는 아이들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은 또한 재난에서 가장 소외되고 배제되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 피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이듬해 2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보고서 <우리를 보고, 우리에게 묻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에 따르면 아이들은 “태풍 경고 시스템은 아이들이 알아듣기 어려워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거대한 파도가 덮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불안에 떨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세계재난위험경감총회에 일본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한 여학생 역시 “(2011년 대지진 이후) 어른들이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충분히 알려주지 않거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재난 이후 느껴야 했던 무기력함을 털어놓았습니다. 아이들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이러한 현실과는 반대로 재난피해 지역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많은 아이들은 재난을 대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 아이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재난의 당사자인 아이들을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해서는 안 될뿐더러 아이들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가장 나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이 역시 바로 아이들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태풍 하이옌 피해 지역에서 만난 한 필리핀 아동은 “어른들은 돈이 자신들을 도와주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생각엔 교육이 최고의 해결책인 것 같아요. 우리 지역에 하이옌 같은 다른 태풍이 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요”라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재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전달하는 것은 다음 세대가 닥쳐올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중학교에서 재난위험경감교육을 맡고 있는 기무라 선생님은 “어른들은 과거의 사건을 쉽게 잊기 때문에 어른들을 교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에게 재난 대비 교육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그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지금 아이들과 함께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처럼 재난을 겪은 아이들의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일본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재난 취약 국가에서 만화와 참여 활동 등 아동친화적으로 구성된 재난위험경감 교육을 시행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의 재난 복구 계획에 아동의 의견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재난 대비와 복구 전 과정에 아동의 취약성을 고려하고 아동의 참여를 더 많이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자신들은 재난의 희생자가 아니라 재난 속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일원이라고.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우리가 살아갈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기회를 달라고 말입니다.
글 박영의(커뮤니케이션부)_ 관련 글 · 황무지가 된 세상을 다시 세우는 아이들의 힘 ② ▶ · 우리를 보고, 우리에게 묻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재난이 지나간 땅에서도 응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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