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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거리의 위태로운 아이들 ①: 그들이 사는 세상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5-03-02 조회수 7992


 

레바논 거리의 위태로운 아이들 ①

그들이 사는 세상





11살 무스타파는 가족을 위해 거리에서 장미를 팝니다. 무스타파는 원래 가족과 함께 시리아에 살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삼촌이 사는 레바논으로 왔습니다. 그 이후부터 꽃집에서 장미를 사다 예쁘게 포장에서 찻길이나 술집을 오가며 꽃을 팔았습니다. 무스타파에게 가장 즐거운 날은 이렇게 벌어 모은 돈을 시리아의 가족에게 보내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돈을 벌기 위해 이 11살 아이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저를 비웃고 모욕하고 때리는 사람이 많아요. 한 번은 차에 탄 사람이 제 장미를 집어가서는 제 앞뒤로 차를 왔다갔다하며 저를 놀리다 창문을 닫고 가버렸어요. 또 한 번은 술집에서 취한 남자가 나오더니 칼로 제 팔을 찔렀어요. 너무 무서워 엉엉 울었어요.”

거리에서 장미를 팔며 수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무스타파가 나중에 커서 살고 싶은 집은 ‘산에 있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는 집’입니다.


지난 2월 15일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노동기구(ILO),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레바논 거리에서 살고 일하는 아이들’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13년 레바논 정부가 2016년까지 최악의 아동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국가 계획을 공표했지만 거리에서 일하는 아동이 되려 늘어나면서, 레바논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에 이러한 아동이 대체 누구이고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해 줄 것을 청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에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거리의 아이들 추산 인구와 이들의 밀집 지역, 가정환경 등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연구진은 5개 도시 18개 구에서 700명이 넘는 아이들과 만나는 포괄적인 현장조사를 레바논 최초로 진행했습니다.




레바논 거리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거리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일까요? 이전에는 ‘거리의 아이들(children of streets)’이라는 말이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가족과 전혀 혹은 거의 연이 닿지 않는 아이들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거리에서 일하며 이후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유니세프는 ‘거리의 아이들(Street Based Children)’를 ‘통상적으로 거리에서 머물거나 이곳에서 생계 수입을 얻는 아이’로 확대하여 지칭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정의에 따라 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연구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추산한 5곳 도시(베이루트, 트리폴리, 사이다, 악카르, 베카)에 사는 거리의 아이들 수는 1510명. 2013년 말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로도 레바논으로 전쟁을 피해온 시리아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거리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 거리의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10~14세의 아이들이며 2/3는 남자 아이였습니다. 전체 거리의 아이들 중 51%는 수도 베이루트와 그 외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돈을 버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돈을 청하는 것(43%)이었고 그 뒤를 이어 무스타파처럼 길에서 꽃이나 장난감, 껌 등 자잘한 물건을 파는 일(37%)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많게는 16시간을 일하며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1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지만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하루 평균 12달러 미만입니다.




비정한 거리 위에 놓인 아이들의 삶



거리에서 생활하고 돈을 버는 아이들은 다양한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만나본 아이들 중 46%가 행인에게 신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고,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이와 관련된 문제를 겪은 경우도 30%였습니다. 39%의 아이들은 거리에서 일할 때 무거운 짐을 지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학대를 받을 경우 이를 알릴 곳을 묻는 질문에 ‘아무 곳도 없다’고 답한 아이가 전체의 47%로 가장 많았던 반면 경찰 등 공식기관을 답한 아이는 4%에 그쳤습니다.


거리의 아이들은 유해한 환경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조사 결과 44%에 이르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14%가 음주, 9%가 본드 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대마 등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길 잃은 미래: “언제 이 일을 그만 둘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이들이 마주한 위험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미래 역시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거리의 아이들 중 글을 전혀 모르는 아이가 43%,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않은 아이도 10명 중 4명에 이릅니다. ‘거리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아이들(40%)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과 현실과의 괴리는 꽤나 깊어 보입니다. 거리의 생활을 언제 그만 둘 것 같은지 묻자 절반에 가까운 45%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5%는 ‘죽을 때’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그만 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아이는 단 3%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커서 엔지니어나 의사, 선생님, 회계사처럼 전문직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29%), 자신만의 사업을 운영하고 싶어했고(16%), 제대로 장사를 배우고 싶어했습니다(14%). 이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 거리에서 돈을 청하고 물건을 파는 대신 학교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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